올 한해도 수많은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한국 영화 ‘광해, 왕이 되고 싶은 남자’가 종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한국 대선과 맞물려 ‘대통령이 되고 싶은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나 하면 프랑켄위니(Frankenweenie) 같은 영화는 거리 곳곳마다 광고판이 나붙어 그 영화를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심정을 갖게 하기도 한다. 영화들의 홍수 속에서 타임(Time)이 선정한 올해 영화 탑 텐(Top 10)을 소개한다. [조영숙 기자]
1. 사랑…그 자체인 영화, ‘아모르(Amour)’
오스트리아의 미하엘 하네케 감독(70)이 만든 ‘아모르(사랑)’가 제6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예의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이 영화는 80대 노부부의 애절한 사랑을 통해 안락사 문제를 들춰냈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던 음악가 출신의 노부부 조르주와 안느. 어느 날 안느가 갑자기 마비 증세를 일으키면서 그들의 삶은 하루아침에 달라진다. 남편 조르주는 반신불수가 된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지만, 하루가 다르게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는 아내를 바라보면서 그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2. 빙하와 오록스의 환상이 만나는, ‘비스트 오브 서던 와일드(Beasts of the Southern Wild)’
제작: 폭스 서치라이트/감독 벤 제틀린/ 출연진 퀴벤자네 월리스, 드와이트 헨리, 레비 이스털리
제11회 워싱턴 비평가 협회상(2012), 제38회 LA비평가협회상(2012) 수상작이며,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2012)에 초청된 작품이다.
어떤 사람들은 수십년만에 한번 사나운 기상 변화로 집과 가족과 재물을 잃는다. 그러나 허쉬파피라는 흑인 소녀는 매일 폭풍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허쉬파피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이곳은 동물들의 죽음으로 점점 더 폐허가 되고, 아버지마저 병이 들면서 위기상황에 놓이는데, 멸종된 동물의 조상이라는 오록스가 남쪽의 빙하를 타고 소녀를 향해 다가온다.
3.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명연기를 펼치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제작 20세기 폭스/ 감독 이안/ 출연진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아딜 후세인
전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로 명성이 높은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라는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의 가족들은 정부의 지원이 끊기자 캐나다로 이민을 준비한다. 동물들을 싣고 캐나다로 떠나는 배에 탑승한 가족들. 하지만 상상치 못한 폭풍우에 배는 침몰하고 가까스로 구명보트에 탄 파이만 목숨을 건지게 된다.
구명보트에는 다리를 다친 얼룩말과 굶주린 하이에나, 그리고 바나나 뭉치를 타고 구명보트로 뛰어든 오랑우탄이 함께 탑승해 긴장감이 감돈다. 하지만 모두를 놀라게 만든 진짜 주인공은 보트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었던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
4. 영국 판으로 나오는 톨스토이 원작,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
제작 포커스 피쳐스/ 감독 조 라이트/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주드 로, 켈리 맥도널드, 애론 테일러-존슨
10번 이상 영화화된 톨스토이 원작 ‘안나 카레니나’가 영국판으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소피 마르소가 맡았던 안나역을 이번에는 키이라 나이틀리가 맡았다. 극작가 셔먼 맥도날드와 배우 윌 나이틀리의 딸인 그녀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3부작을 통해, 세계적인 톱스타로 발돋움했다.
러시아 고위관리의 아내인 안나는 불륜으로 부부가 파경에 이른 오빠의 집을 방문, 그곳에서 젊은 장교 브론스키를 만나….
5.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베트맨 종결판, 다크 나잇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제작 워너브러더스/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천 베일, 탐 하들리, 앤 헤서웨이
‘메멘토’와 ‘인썸니아’로 연출력을 인정받아 35살의 나이로 배트맨 프로젝트의 감독을 맡게 된 크리스토퍼 놀란의 베트맨 종결판. 조커와의 대결을 끝으로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배트맨. 8년 후 하비 덴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떠안은 배트맨은 그와 고든 경찰청장이 희망했던 보다 큰 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한편 고담시의 범죄는 범죄방지법으로 인해 한동안 억제되는 듯했다. 하지만 평화가 지속되던 고담시에서….
6. 빈 라덴 사살을 영화화한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
제작 콜롬비아/ 감독 캐트린 비글로/ 출연 크리스 프랫, 제시카 체스틴, 조엘 에드거튼
2011년 파키스탄에 숨어 있던 빈 라덴이 미 해군의 특수부대 ‘네이비 씰 팀 6’에 의해 사살됐다. 빈 라덴 사살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허트 로커’로 여성 감독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캐서리 비글로’ 감독이 만든 것으로 그녀는 한때 제임스 카메룬의 부인이었다. 빈 라덴 암살 작전 ‘제로 다크 서티’는 밤 12시 30분 이후를 지칭하는 미군 용어.
7. 다크 호스(Dark Horse)
제작 바이타그래프 필림/ 감독 타드 솔론즈/ 출연 조든 젤버, 셀마 블레어, 크리스토퍼 월킨, 저스틴 밧사, 미아 패로우
61회 멜버른 국제영화제(2012) 수상작 다크 호스는 1960년 미국 뉴저지의 뉴왁에서 태어난 토드 솔론즈의 최신작이다. 뉴욕대학을 다니던 토드 솔론즈는 일찌기 제작자들의 스카우트 대상 1순위가 되었지만, 계약이 파기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후 자전적인 영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1996)’가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되고, 1998년 뉴저지에 사는 한 가족의 생활사를 차갑고 우울한 톤으로 그린 ‘행복: Happiness’를 통해서 또다시 주목받았다. 다크 호스 역시 끔찍한 행동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타드 솔론즈의 연민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8. 중국판 CSI를 연상케 하는 ‘드래곤(Dragon/ Wu Xia)’
라디우스-TWC/ 감독 진가신/ 출연 견자단(Donnie Yen), 금성무(Takeshi Kaneshiro), 탕웨이(Wei Tang)
제64회 칸느영화제에 초청받은 이 영화는 중국판 CSI를 연상케 하는 스토리와 환상적인 캐스팅조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드래곤’은 청나라 말기 한 작은 마을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숨막히는 긴장과 스릴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종이 기술자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은둔고수 진시(견자단)와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바이쥬(금성무)와의 대립구도속에 진시의 어두운 과거가 밝혀지게 되는데….
9. 디즈니사가 만든 흑백 3D 에니메이션 영화, ‘프랑켄위니(Frankenweenie)’
제작 월트 디즈니/ 감독 팀 버튼/ 목소리 출연 위노나 라이더/ 캐서린 오하라/ 마틴 쇼트
디즈니사가 만든 흑백 3D 에니메이션 영화로, 1984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인 강아지 ‘스파키’를 사고로 잃은 천재 과학소년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우연히 수업시간에 전기쇼크로 개구리를 되살리는 실험을 본 후, ‘스파키’를 되살리기 위한 비밀작전에 돌입한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무덤 속 ‘스파키’는 ‘빅터’의 간절한 소원대로 백만 볼트의 전기충격을 받은 후….
10. 미군 내 강간 사건을 폭로한 데큐멘터리, ‘디 인비저블 워(The Invisible War)’
제작 다큐라마 필름/ 감독 커비 딕/ 출연 헬렌 베네딕트, 애누 바그와티, 수잔 버크
2012년 선댄스 영화제 다큐부문 청중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미군내에 만연한 강간 사건을 다루는 폭로 다큐멘터리. 전투지역의 미여군들은 외부의 적의 공격이나 전투 중에 사망하는 것보다 내부의 적인 동료 남성군인들에게 강간당하고 살해당할 위험에 더욱 두려워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2010년 미 국방부의 공식 발표로 수면 위에 올랐는데, 이에 따르면 미여군의 20%가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여군들은 “우리를 가장 분노하게 하는 것은 강간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 자체를 아무것도 아닌 일로 치부하고 감추기에 급급한 상급자들과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고 말한다.(크리스천 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