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고 2009년에 개봉하여 3백만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워낭소리’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충렬감독이 3년간의 촬영기간을 통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독립 영화입니다. 경북 봉화 산골의 노인 부부와 그들이 키우는 늙은 소와의 마지막 1년간의 생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이 농부에게 30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이 소는 팔순이 넘은 농부에게 최고의 농기구이고 유일한 자가용이고 최고의 친구였습니다. 소의 수명이 보통 15년인데 이 소는 무려 마흔 살을 넘기고 살아있는 것이 믿기지 않던 어느 봄날 이 농부는 수의사를 통해 소가 한 해를 넘길 수 없을 거라는 선고를 듣게 됩니다.
결국 고민끝에 소의 주인은 자식들의 성화에 못이겨 잘 걷지도 못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품가치가 없는 이 늙은 소를 우시장에 가서 팔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막상 우시장에 도착하여 내심 팔리지 않기를 바란듯 사람들이 싼 가격을 제시하자 오히려 안심하며 그 소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곤 마침내 이 늙은 소가 노인을 보고도 일어서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자 30년간 소에게 족쇄처럼 달아놓았던 워낭 줄을 끊어줍니다. 워낭은 부리는 소나 말의 턱 밑에 매어놓는 방울을 뜻합니다. 그리고 일생동안 자신의 분신처럼 살아온 늙은 소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넵니다.
“좋은데 가그래이!”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워낭소리’의 영어 제목이 ‘Old Partner’라는 것입니다. 비록 사람과 소와의 동행이지만 이 영화는 오랫동안 한 파트너와 서로 교감하며 소통하는 아름다운 동행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말미에 이런 자막이 나옵니다.
“사람은 마음을 가끔 주지만 소는 자신의 전부를 줍니다”
감정의 기복, 조건과 상황에 따라서 쉽게 변하거나 약해지고 흔들리는 것이 사람들의 모습이기에 이 영화속의 팔순노인과 늙은 소와의 30년간의 아름다운 동행, 마지막 이별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만남에는 3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 생선과 같은 만남입니다. 만나면 서로에게 좋지 않는 영향을 주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고 원한을 남기게 되는 만남입니다.
둘째, 꽃과 같은 만남입니다. 처음 만나면 향기가 나고 좋아 어쩔줄을 모르지만 금새 시드는 만남을 말합니다.
셋째, 손수건 같은 만남입니다. 상대가 슬플때 함께 슬퍼하며 눈물을 닦아주고 기쁠때 함께 기뻐하고 힘들때는 땀도 닦아주고 언제나 함께 동행하는 만남을 말합니다. 부부, 가족, 목사와 성도, 성도와 성도, 친구간의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 되어야 합니다.
아모르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이 있듯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만남을 오랜 세월동안 사랑으로 견디고 지켜내며 아름다운 동행으로 승화시켜 나아가는 자들에게 새 하늘과 새 땅이 도래하는 날 주님께서 손수건으로 우리의 땀방울과 고인 눈물들을 닦아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