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한복판 ‘한국독서실’ 배우 이오비씨 오픈화제] [NY독서실’ 무료세미나 등 정보 문화공간]
‘세계의 수도’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한국 독서실이 탄생했다. 이름하여 ‘NY독서실(Dok Seo Sil)’을 낸 주인공은 연극배우 이오비씨. 아역탤런트 출신으로 여고시절엔 ‘사랑이 꽃피는 교실’로 브라운관 스타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쇼비즈니스의 세계가 싫어 방송을 그만두고 이따금 연극무대에만 오르던 그녀가 유학차 뉴욕에 온 것은 2006년이었다. 맨해튼에서 생활하면서 항상 아쉬웠던 것은 독서실이었다. 가림판이 있는 독서대에서 ‘열공’하다 휴게실에서 친구들과 커피한잔하며 수다도 떨던 한국의 독서실이 못내 그리웠다. 영화 ‘투모로우’에도 소개된 42가의 거대한 뉴욕공공도서관은 평일 주간에만 이용할 수 있고 식음료반입은 절대금지, 대화도 금지, 그러면서 소음도 심한, 도서관 용도보다는 관광차 둘러볼만한 뉴욕의 아이콘이다. 한편 스타벅스는 인터넷과 휴식처를 찾아 헤매는 뉴욕 청춘들의 인기집합소다. 그러나 커피값도 부담되고, 전기사용도 불편하며 느려터진 인터넷에 시장바닥처럼 어수선하다.
뉴욕에 한국식 독서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다 언니 이영진씨와 함께 일을 확 저질러버렸다. 독서실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이웃하는 한인타운 32가와 5애버뉴의 동천홍빌딩 2층에 위치하고 있다. 한인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6개월여 준비끝에 최근 문을 연 NY독서실은 공부는 물론, ‘미팅포인트’로 뉴욕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도 얻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신개념의 문화공간이다. 오픈한지 한달 조금 지났지만 유학생을 중심으로 단박에 소문이 났다. 한국형 독서실은 뉴욕 최초다. 이오비 씨는 “몇 년전 LA에도 비슷한 것이 있었지만 현재는 없어졌다고 들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맨해튼 한인타운에 있으니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에선 문서 하나 출력하기 위해 피씨방을 가도 기본 3달러에 프린트 값을 따로 내야 한다. 팩스도 스테이플스에서 하나 보내려면 3달러 가까이 받는다. 그러나 NY독서실에선 팩스, 전화, 프린트, 와이파이, 핸드폰 충전이 모두 무료다, 따뜻한 커피와 급할때 랩탑도 공짜로 대여하고, 필요한 정보도 제공받는 등 모든 편의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이오비씨는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이뤄져 손해를 보기도 하는 지금 아날로그가 줄 수 있는 장점이 NY독서실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가난한 유학생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비용도 저렴하다. 1시간에 3달러, 6시간 10달러, 24시간은 25달러이다. 한달 회원권도 있다. 물가 비싼 맨해튼에서는 파격적인 가격이다. 아는 사람끼리 오붓하게 공부할 수 있는 2~3인실 룸과 단체룸, 스터디그룹과 튜터링(개인교습)의 공간도 있다. 개인사물함과 잠깐 눈을 붙일수 있는 소파에 24시간 운영되니 젊은 한인들에게 오아시스처럼 느껴질만 하다. 스무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스튜디오는 작은 모임이나 갤러리 혹은 진로나 신분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무료법률세미나, 건강세미나 등이 열린다. 이오비씨는 “외국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필요한 정보와 도움을 제공해주는 기관이다. 독서실이 작게나마 그런 역할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독서실을 오픈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그래, 너무 좋은 아이디어다’, ‘야 그게 되겠냐?’ 둘로 나뉘었다. 1.5세나 2세들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한국에서 온 학생들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유태계인 건물주와 계약을 할 때 독서실의 개념을 인식하지 못해 오해도 있었단다. 독서대 등 책상들을 한국에서 들여오는데 한 달 이상이 소요됐다. 막상 받고 보니 책상에 부착된 개인 형광등과 충전 장치가 미국에선 쓸 수 없는 220v 용이었다. 이오비씨는 “110V짜리 ‘돼지코(플러그)’들을 긴급 공수했다. 여기서는 찾기도 쉽지 않지만 하나에 6 달러인데 한국에서는 500원이니 소포비를 감안해도 훨씬 싸다”며 웃었다. 이오비씨는 지난 2010년 연극 ‘리타 길들이기’ 에 출연하는 등 무대에도 틈틈이 서고 있다. 그녀는 “전 세계 최고의 공연들을 볼 수 있는 매력에 만족하며 뉴욕에서 살고 있다. 또 여행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많은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문화적 다양성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NY독서실(nydokseosil@gmail.com)은 페이스북에서 ‘reading room’ 을 검색하면 정보가 나온다. 독서실의 대표는 언니 이영진씨가 맡았고 이오비씨는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이오비씨는 영어를 한국어로 녹음하는 ‘보이스오버’와 행사 MC 등의 일도 하고 미주한인청소년재단의 PR부회장으로 5년 넘게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독서실이 성공한다면 한인유학생들이 많은 뉴저지에도 오픈 할 생각도 있단다. 한국 유학원과 유학박람회 등을 통해 독서실을 알리고 있는 이오비씨는 “앞으로 다른 아시아 커뮤니티와 미국인들까지 관심을 갖고 찾아올 수 있는 한국스타일을 알려주는 독서실이 되도록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뉴욕 뉴저지 교회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