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님은 그의 시 ‘다시 오는 봄’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이 납니다.
살아 있구나 느끼니 눈물이 납니다.
기러기 떼 열 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 납니다.“
도종환시인의 고백처럼 사순절을 다시 맞이하면서 살아 있음에 대한 감격은 세상속에서 십자가를 지는 사명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용서하고 또 용서하며 예수님처럼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삶, 힘든 상황속에서도 결코 기도의 자리를 포기하지 않는 삶, 우리 각자의 일상가운데 작은 일 하나에서부터 하나님의 뜻을 찾아 순종하는 삶, 바로 그것이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길을 따르는 길입니다.
사순절을 뜻하는 영어 렌트(Lent)는 고대 앵글로 색슨어 Lang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독일어의 Lenz와 함께 ‘봄’이란 뜻을 갖는 명칭입니다. 그러나 한국말로는’40일간의 기념일’이라는 뜻의 희랍어인 ‘테살코스테’를 따라 사순절로 번역되어지기에 부활 주일을 기점으로 역산하여 도중에 들어있는 주일을 뺀 40일간을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을 묵상하며 경건히 보내고자 하는 절기입니다. 초대교회에서는 부활절 새벽에 세례가 베풀어졌는데 세례 예비자들이 ‘회개’를 통해 세례를 준비하던 기간이 40일이었습니다. 이미 세례를 받은 신자들도 자신들이 받은 세례를 되돌아보고 자신을 갱신하는 일에 힘썼던 기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사순절은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당하신 예수님의 고난에 초점을 맞추고 나의 필요를 구하기보다는 예수님이 가신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며 (사:사랑하며, 순:순종하며, 절:절제하며) 237운동(시119:164, 하루 2번 성경읽고 3번 기도하고 7번 찬양)으로 주님을 깊이 만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특별히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수요일(3월 5일)부터 부활절 전날(4월 19일)까지 사순절 40일동안 4가지를 함께 믿음으로 실천했으면 합니다. 1) 하나님 앞에서 내가 버려야할 잘못된 습관(게으름, 교만, 분노) 2) 하나님 앞에서 내가 가져야 할 좋은 습관(가정예배, Vision Statement작성, 금식, 구제) 3) 하나님 앞에서 내가 응답 받아야 할 간구(나라와 민족, 이웃, 배우자와 자녀) 4)하나님 앞에서 내가 행해야 할 사랑의 실천(몸이 불편한 환자심방, 소외된 이웃 돌보기)입니다.
십자가의 길은 옛사람(잘못된 습관)을 십자가에 못박고 새사람(좋은 습관)으로 변화시키는 전환점이요 지금껏 붙잡기만 하던 시간의 성(크로노스, 일상의 시간)을 무너뜨리고 나눔과 드림의 삶(카이로스, 하나님의 시간)으로 일궈가는 삶입니다. 그리고 가장 힘든 용서를 실천하는 사랑의 용기입니다. 용서를 영어로 “Forgive”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당신을 용서한다” 라고 말할 때 “I forgive you”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I (나를) For (위하여) Give (준다) You (너에게)’라고 해석할때 용서는 상대방보다 진정 나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살아서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았던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에 달려 죽어서도 무덤조차 없었던 그 분, 돌을 던지는 무리들을 용서하며 기도하셨던 그 분,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았기에 자유롭게 하늘로 올라가셨고 또 자유롭게 날아와 우리 곁에 임마누엘 하시면서 성령으로 보듬어 주시는 그 분이 목숨을 바쳐 선물해주신 십자가 사랑, 그 의미를 깨닫고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며 사순절(四旬節)의 은총을 부활의 생명으로 완성하는 시간들로 가득 채워지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