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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라는 분은^^(주활목사)

18살에 어머니는 저를 낳았습니다. 조그마한 시골 농사꾼의 딸로 태어나 그곳에서만 살면서 누군가 찾아오지 않으면 만남이 쉽지 않은 충청도 시골에서 일 찾아 그곳까지 오셨던 아버님을 만나 결혼하게 되셨습니다. 결혼이라는 새로운 환경은 어쩌면 답답한 시골 농부의 가정을 떠날 수 있었던 유일한 탈출구였기에 어린 나이에 결혼을 선택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그리 오래지 않아 먹고 사는 것 자체가 버거웠던 시절에 북에서 홀로 내려와 결혼한 아내와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겨웠을 때 제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2년 뒤 여동생이, 그리고 또 일 년 뒤 남동생이, 그리고 삼 년 뒤 여동생이 태어났습니다.

가난하고 추웠던 시절에 이런 4남매를 돌보는 것이 참 힘드셨을 텐데 그것도 아직은 더 청춘을 누리고 젊의 향기가 풍겨야 할 때에 어머니의 품에는 벌써 4남매가 안겨 있었습니다. 막내를 포대기로 업고 어머니의 두 손에는 여동생 하나, 남동생 하나씩을 잡고 있었고, 저에게 줄 손이 없어 저는 어머니의 치마 끝자락을 붙잡고 다녔습니다. 손이 쩍쩍 들어붙는 추운 날씨에 여섯 가족 빨래를 위해 얼음을 깨뜨리며 물을 길어 기저귀를 빨고 옷을 빨아 널었습니다.

학교에 갈 시간이 되었는데도 옷이 안 말라 있으면 아궁이 곁에서 옷을 말리고 차가운 냉기 가득한 옷은 품에 넣어 조금이라도 녹여 입히시려고 애쓰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꽁치 한 마리로 여섯 토막을 내 한 조각씩 먹을 때도 물론 어머니 몫은 정말 누군가의 말대로 머리뿐이었습니다.

혈기 많은 아버지와의 부부싸움은 여느 가정처럼 늘 있는 일이었지만 부부싸움이 아니라 일방적인 아버지의 화풀이였기에 어머니는 이리저리 도망 다니시느라 자식들 앞에 다 쏟아내지 못한 여인의 아픔이 있었을 겁니다. 그래도 어떠하든 자식을 최고로 만들려고 그 와중에 저를 서울로 보내 어려운 유학생활의 뒷바라지를 하시며 곁에 두고 싶은 자식 떨어뜨려 놓고 그리움을 품고 사셨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에게서 유일한 삶의 여유는 교회였고 신앙이었습니다. 외할아버지의 핍박 속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시던 외할머니의 신앙을 물려받은 어머니는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예수님이 삶의 유일한 안식처이고 꿈이고 즐거움이셨습니다.

의사를 꿈꾸던 제가 어느 날 목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 말씀을 드리니까 어머니는 기뻐하시면서 주의 종 되는 사명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주시며 함께 즐거워해 주셨습니다. 그 때부터 어머니는 성전에서 주무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아들이 목사가 된다는 것은 아들만의 몫이 아니라 내 몫이기도 하시다면서 어머니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 없으니 너는 목사의 길을 가고 나는 기도의 길을 가시겠다고 그렇게 성전에 머물러 계셨습니다.

이런 어머니에게 신학 조금 배웠다고 대들기도 하고 어머니 신앙이 잘못되었다고 항변하기도 하는 무례를 범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런 미련을 떨 때 어머니는 아무 말씀하지 않으시고 그냥 교회로 가셔서 기도만 하셨습니다. 그렇게 지난 30년을 무릎으로 걸어오셨습니다.

이제는 자녀의 돌봄이 필요해지신 연세인데 멀리 떨어져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민망하고 죄스러운 마음으로 전화를 드리면 지금도 어머니는 “그냥 목회만 잘하면 돼. 엄마가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야.” 그리고 교회 얘기, 신앙 얘기만 하다가 끊곤 합니다. 미국 가 사는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고 바라고 싶은 것도 있으실 텐데 제가 부담될까 봐 혹 제가 불편할까 봐 말을 줄이시는 거죠.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그러듯 저희 어머니도 제겐 그런 분입니다. 돌려드리기가 불가능한 이 사랑 나 또한 자식에게 그 빚 갚아야 할 텐데 그것조차 쉽지 않으니 탄식만 나옵니다. “아아, 난 어찌된 사람인가…”

 

글쓴이: 주활 목사, 솔즈베리감리교회 MD
올린날: 2013년 5월 17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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