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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탄력성

지난주, 저는 엠마오로 갔던 글로바(Clopas)와 다른 제자에 대한 말씀을 드리면서 심리학자 에미 워너에 의해 정의된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대한 얘기를 드렸습니다. 이 말은 원래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힘을 일컫는 말로 ‘회복력’ 혹은 높이 되튀어 오르는 ‘탄력성’을 뜻하는데, 심리학에서는 주로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하는 말로 쓰입니다. 이 회복탄력성에 대한 발견은 지금은 유명한 휴양지이지만, 당시 1950년대만 해도 지독한 가난과 질병에 대대로 시달려온 인구 3만명의 하와이의 한 열도 카우아이 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54년, 실제로 섬 주민 대다수가 범죄자나 알코올 중독자 혹은 정신질환자였고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청소년 비행문제도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이 섬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마치 불행한 삶을 예약하는 것과 다름없었는데, 즉 이러한 예측된 결과에서 이후 연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게 됩니다. 그것은 처음 모집단 833명 중에서도, 특히 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소위 위험군에 분류된 201명 중 3분의 1인 72명은 출생과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심지어 좋은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 보다 더 모범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에미 워너는 이 72명에 집중하게 됩니다. 어떻게 이처럼 버려진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밀은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이 아이들로 하여금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 이상으로 사회 적응을 잘하게 만들어준 것일까? 대답은 바로 ‘관계’였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를 무조건 믿어주고 그의 편이 되어 주고 응원해 준 사람이 한 사람만 있으면 아무리 끔찍한 일도 견디고 밝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클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관계 DNA인 ‘회복탄력성’ 이었던 것입니다.

즉, 이 ‘회복탄력성’의 요인은 부모의 탁월한 유전인자나 유복한 환경, 좋은 학력이나 성공적인 결혼 등의 갖추어진 배경이 아닌, 인생에서 만난 ‘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 안에는 이 회복탄력성의 항체가 숨어 있으며, 이것이 개발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인생에서 겪게되는 고난과 어려움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 전혀 다르게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마치 성공적인 인간관계의 기본적 구조인 3R, 즉 사람은 인정(Recognition)와 존중(Respect), 보상(Reward)을 받을 때 가장 건강하고 아름답게 성장한다는 이론이 연상됩니다.

이제야 비로소 발견된 이 ‘회복탄력성’ 이론에 대한 이야기를 대하면서, 저는 제가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존재인가에 대해 다시금 감격하게 됩니다. 바로 제 인생을 여기까지 오게 한 비밀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황당하게 변한 환경 속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만난 ‘진짜 아버지’, 즉 하나님의 존재는 제 인생으로 돌직구를 던지신 바로 첫 번째 ‘한 분’이셨습니다. 곧 저는 그 하나님과의 깊은 사랑에 빠졌고, 이후 하나님은 저에게 적지 않은 당신의 ‘한 사람들’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인생에 눈을 뜨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회복탄력성은 이렇게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신비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난 2,000년 동안 이 땅에 세워진 교회에게서 발견되는 신앙의 신비이고, 이후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영적 힘이기도 합니다. 교회의 역사는 본질적으로 역경과 아픔의 토양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고난을 먹고 자라는 생명체인 것입니다. 그것은 교회의 뿌리는 예수님의 십자가이기에, 또 그런 고난 가운데서도 기뻐하고 소망을 갖을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의 부활 때문인 것입니다. 즉, 교회야말로 이 땅 위에서 가장 오랜 그리고 가장 분명한 회복탄력성을 보여준 증거인 것입니다.

문득, 지금까지 목회하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 언제였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목회에 대해 준비되지 않음으로 오는 절망감도 될 수 있고, 때로 생각지 못한 오해와 갈등, 평행선적인 반응과 불편한 관계, 아, 이제는 존중의 시선이 끊겼구나의 절망감도 될 수 있고, 또 오랫동안 기도하였던 프로젝트의 예상치 못한 멈춤 또 그로인한 흔들림과 노이즈도 고통의 시간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보니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아픔은 바로 ‘헤어짐’이었습니다. 이것은 모든 인간 안에 있는 숨겨진 원초적인 두려움이기 때문입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영원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그렇게 잘 알면서도, 그렇게 도적처럼 찾아오는 ‘이별’(離別)이라는 단어에 우리는 늘 놀라고 당황해 합니다. 그 어두운 암적 항체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겨 나가는 것이라는 것도 늘 뒤늦게나마 깨닫곤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현실 앞에 서야 합니다. 여러분을 그리고 주님의 교회를 지금까지 세워오신 그 ‘회복탄력성’을 실험하셔야 합니다.

 

글쓴이: 장찬영 목사, 남부플로리다한인연합감리교회 FL
올린날: 2013년 5월 2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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