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한인 연합감리교회에서 은퇴하고 미 연합감리교회(UMC) 동남부 지역 선교 감리사로 사역했던 윤영봉 목사의 회고록 ‘주님의 손안에 84(84 in God’s Hand)’가 쿰란출판사에서 발행되었다.
이 책에는 윤영봉 목사의 84세 생애 동안의 삶에 대한 회고뿐만 아니라, 기독교 대한감리회와 연합감리교회 목회 활동의 기록들이 귀중한 역사 사진들과 함께 실려 있다.
제1부 ‘나의 옥중생활과 북한 감리교회’에서 윤 목사는 어떻게 북한정권으로부터 박해를 받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체험이 목회생활에서 얼마나 유용한 교훈이 되었는지를 소상하게 고백하고 있다.
윤 목사는 “소련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하여 이를 반대하는 반탁운동에 가담하였다. 북한 정권은 그 이유로 1946년 9월 성화 신학교(감리교 교역자 양성)에 입학해서 공부하고 있는 필자를 체포, 투옥시켰다. 그 후 1947년 2월까지 만 5개월 반을 평양 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서 목회에 필요한 많은 체험을 하였다. 사도 바울처럼 ‘나의 당한 일이 도리어 복음 증거에 좋은 기회가 되었다(빌 1:12)”고 고백했다.
그는 또 “어느 날 아침 형무소에서 나눠준 주먹밥을 먹고 있는데 그 속에 새끼손가락만 한 생선가시가 들어 있었다. 그 생선가시를 손에 들고 ‘버리느냐, 먹느냐’를 생각하다가 가시를 입에 넣고 먹기 시작했다. 생선가시를 입 속에 넣고 2시간을 녹이고 또 녹였다. 드디어 칼슘이 풍부한 생선가시가 모두 녹아 식도를 넘어감으로 내 몸에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었다. 목회생활을 하다보면 어떤 때는 생선가시처럼 다루기 힘든 신도를 만나게 된다. 옥중에서 2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생선가시를 씹으면서 배운 것은 ‘목회란 한 사람을 놓고 오래 참는 것이다’라는 목회학의 진리였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 감리교회 실정’에 대한 기록에서 윤 목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북한 지역을 총괄하던 서부연회에는 6.25 이전까지 평양지방, 영변지방, 순천지방, 진남포지방, 강서지방, 사리원지방, 해주지방, 연백지방, 웅진지방, 개성지방, 평천지방, 원산지방, 철원지방 등등 모두 13개 지방에 구역 수는 197개였으며, 기도처까지 합하면 총 280개 교회가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 6․25 전쟁으로 인한 북한 공산정권에 의한 순교자는 감리교회만 평양지방 10명, 순천지방 5명, 영변지방 2명, 진남포지방 11명, 강서지방 8명, 사리원지방 3명, 해주지방 6명, 웅진지방 1명, 평천지방 6명, 개성지방 2명, 원산지방 4명, 철원지방 12명, 총 70명의 목사들과 전도사들이 순교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제2부 ‘나의 목회생활’에서는 ‘한국전쟁의 유산, 군목제도’라는 제목 아래 한국에서는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서 군목제도가 시작되었는지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책에서 윤 목사는 “하나님께서 6·25 동란을 통하여 우리에게 주신 최대의 선물은 군인들의 믿음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군목제도(Military Chaplain System)의 탄생이다. 황해도 지방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던 윌리엄 쇼 박사(Dr. William Shaw)가 1940년 일본 정부에 의하여 강제 출국당하셨다. 6·25 한국 전쟁이 터지자 공산군의 침략을 막으려고 유엔군이 파병되었는데, 쇼(Shaw) 선교사는 당시 극동지구 사령관이었던 맥아더 장군을 면담, 한국군 안에 ‘군목제도’를 둘 것을 건의하였고, 동시에 이승만 대통령을 면담, 한국군 안에 군목제도를 창설할 것을 건의하였다. 1951년 2월 28일 제1기 군목 후보생 32명을 모집한 바, 이 중에 감리교 목사 8명, 즉 김윤수, 박대선, 전종옥, 김성렬, 명관조, 조찬선, 유창동, 윤창덕 등이 자원 군목으로 활동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감리교 취약지역인 경상도, 전라도에 개척교회를 설립하고, 해외 선교를 지원한 총리원 전도국에서의 사역, 광산과 산업지대 특수선교, 일본 북해도 해외 선교를 시작한 동부 연회에서의 총무 사역, 그리고 디트로이트 연합감리교회 개척사, 은퇴 후 동남부 한인 선교구 창설 경위, 개척교회 설립 확장사업 등 동남부 선교감리사로서의 사역, 그리고 한평생 목회활동을 통해서 이론을 삶으로 살아낸 윤 목사님의 결정적인 메시지와 가르침이 제4부 후배들에게 주는 글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후배들에게 주는 글에서는 교인을 치리하는 비결, 교회 성장의 원리, 목회자의 새 리더십, 돌봄 목회의 원리, ‘위기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제목 아래 목회자의 영성 훈련과 질적 향상 교육에 관한 수많은 제안과 가르침을 담은 글들이 각 항목마다 10여 편씩 실려 있다.
윤 목사는 책 서문에서 “이 책이 나 자신을 자랑하는 글이 되지 않고, 나의 삶과 신앙적 체험을 후배들에게 밝히 드러내 보이는 솔직담백한 한 권의 회고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하고,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님의 큰손의 붙드심(支持)이 있었기에, 주의 종이 되는 일도, 죽음의 위협에서 살아나온 일도, 교회를 개척하고, 몰려오는 다양한 성품의 교인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일도, 50여 년간 ‘달려갈 길 다 마치고’ 아름답게 은퇴하는 일도 주님의 손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고백한다”고 말했다.
교인을 치리하는 비결, 교회성장의 원리, 목회자의 리더십, 돌봄 목회, 위기관리 방법, 그리고 내일의 이민교회를 위한 제안 등 이민 교회 목회자들이 당면하고 있는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여 경험적인 교훈을 고스란히 책에 쏟아 놓고 있다.
“십자가 없이는 영광도 없다”라는 평생의 목회 좌우명대로 살고자 노력하면서 ‘성실한 목회자’의 본이 되어온 윤영봉 목사의 최근 저서 “주님 손안에 84”는 한국 기독교사에 대한 관심이나 해외선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평신도는 물론 한국이나 이곳 미국에서 이민목회를 하고 있는 한인 목회자들, 특히 목회에 나서려는 신학생이라면 누구나 읽어봐야 할 진정한 ’목회자들의 교과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족 가운데 아들 윤요한 목사는 현재 미국 회중교회인 남가주 리버사이드 연합감리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윤영봉 목사의 주소는 14715 San Jacinto Dr. Moreno Valley, CA 92555, 전화는 (951)242-8484.
[조영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