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게 하는 참 복음의 능력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 교회 성도들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또한 부활하셔서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 예수님과 동행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꿈꾸는 부흥이요 교회 개혁입니다.
그러나 이 개혁은 저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했습니다. 이것은 목회하면서 교회를 고쳐보려고, 교인을 고쳐보려고 애를 쓰다가 수없이 좌절하고 낙심한 후에야 깨달은 것입니다. 십자가 복음이 무엇인지 알았을 때, 개혁의 대상은 저 자신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로마서와 갈라디아서를 강해하면서, 예수님을 믿으면 누구나 주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으며 그 안에 예수님께서 사신다는 복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십자가의 복음은 죄책감만 없애주는 나약하고 값싼 복음이 아니었습니다. 죽고 다시 사는 처절할 만큼 선명하고 강력한 복음이었고, 삶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복음이었습니다.
이 복음을 깨달았을 때 엄청난 충격이었고, 이것을 어떻게 믿어야 할지,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제가 이미 죽었다고 고백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것만 같았습니다. 성경의 진리이고 분명한 복음인데도 “꼭 그렇게 믿어야 하느냐?” 하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열매가 놀라웠습니다. 복음이 사람과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저 자신이었습니다. 거역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이 복음을 증거하고 또 증거하였는데, 복음을 전하면서 저 자신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때 전했던 메시지를 담아 출간한 책이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사람》(규장)입니다.
그 후 주님과 인격적이고 친밀하게 동행하는 눈이 뜨이면서 다시 시작한 로마서 강해를 통하여 복음의 비밀과 영광을 바라보는 눈이 더욱 분명히 열렸습니다. 그것은 제 믿음과 삶을 다시 한번 변화시켜놓았습니다.
아름다운 열매가 있는가?
로마서 강해 중 로마서 1장부터 8장까지를 담아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그것이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복음》입니다. 이 책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삶》은 로마서 9장부터 16장까지 담은 것입니다.
제가 출간한 책도 그러했지만, 흔히 로마서를 두 부분으로 나눕니다. 구원론을 중심으로 복음을 말씀하는 1~8장과 구원받은 성도의 삶을 말씀하는 9~16장입니다. 그러나 로마서를 깊이 묵상해보면 로마서 전체가 한 가지 주제만 말씀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요한복음 15장 5절에서 하신 말씀을 풀이한 것입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 15:5)
예수님은 마태복음 7장 17,18절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이와 같이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나니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느니라 (마 7:17,18)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말씀을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나쁜 열매’를 맺으면서도 자신은 ‘좋은 나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혼자 있을 때, 가정이나 일터에서, 심지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압니다. 그런데도 자신은 예수님을 믿고 ‘좋은 나무’가 되었다고 철석같이 믿는 것입니다. 여전히 ‘나쁜 열매’가 맺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분명히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는다면 그 나무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좋은 나무인데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이것을 인정해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주님과 연합한 자의 합당한 삶의 열매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십자가 복음’을 통하여 우리는 주님 안에 거하고 주님은 우리 안에 거하시게 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이것을 체험해야 하며, 모든 사람들 앞에서 온유하지만 단호하고 확고하게 이것을 증거해야 합니다. 우리가 진정 주님 안에 거하고 주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면, 주님께서 우리를 통해 열매를 맺으십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주님과의 연합의 관계를 바로 하려고 하기보다, 말이나 행위를 고쳐서 좋은 열매를 맺어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서 서로를 향해 “행위를 바로 하라!”고 외칩니다. 그러나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십자가 복음이 분명하지 않으면, 아무리 이것을 개혁하자, 저것을 바로잡자 하여도 교회도, 우리 자신도 변화될 수 없습니다. 더 큰 좌절과 분열에 빠질 뿐입니다.
주님과의 연합과 그 삶의 열매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뿌리와 열매가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만약 나쁜 열매를 맺는다면 노력이나 배움이나 결단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가 포도나무와 가지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뿐입니다.
우리가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십자가 복음’을 정확히 알고, “나는 죽었습니다”라고 분명히 고백하면서 24시간 주 예수님을 바라보며 살기를 힘쓸 때, 자연스럽게 나 자신으로부터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개혁이 일어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라”가 아닙니다. 진정한 복음을 받아들이면 누구나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로마서가 말씀하는 진리입니다.
설교자로서 언제나 저의 한계를 절감하기에 선한목자교회 교인들에게 했던 로마서 강해 설교를 책으로 출판하는 일은 저에게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오직 이 책이 진정한 십자가 복음을 더 명확히 깨닫게 하고, 주님과 동행하는 눈을 열어주어,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한국 교회가 새롭게 부흥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유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