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은 빛이 비취지 않아서가 아니라 녹음이 짙어서 생기는 것이다. – 박영선 목사 –
Q. 인상 깊게 읽으신 책이나 추천할 만한 책이 있으시다면?
A. 책에는 좋은 질문이 담겨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기억나는 것은 제럴드 싯처의 ‘하나님의 뜻’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왜 우리에게 아무 이유 없이 불행을 주시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담고 있는데 굉장히 공감이 됩니다. 저자는 교통사고로 어머니와 부인과 아이를 잃고, 남은 자녀들을 홀로 키우면서 엄청난 고생을 합니다. 그러면서 ‘왜 이유 없는 비극이 오는가’, ‘하나님께서는 대체 뭘 하고 계시며 무엇을 원하시는가’ 질문합니다. 그럴 때 주위에서 위로라고 해 주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이 가장 와 닿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20년 뒤에 ‘하나님의 은혜’라는 책을 썼습니다. ‘지금의 자리에서 보니 20년 전의 말할 수 없이 비극적이었던 그 사건이 다만 소품처럼 여겨진다’고 합니다. 굉장한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그 사고로 깨우쳐 주시고 담아 주신 것들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가 그 슬픔을 이겼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재혼하고 자녀들을 결혼시키고 손주까지 봤는데 만족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해결된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한 깊은 공감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 증거는 바로 새로워진 안목에 있습니다.
산을 올라가다 보면 산이 아닌 숲길만 계속 보입니다.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득 시야가 트인 언덕에 서면 경관이 달라집니다. 시야의 높이가 달라야 합니다. 그 다음에 또 올라가다 보면, 아까와 같은 것이 보이는데 무언가 다릅니다.
제가 예전에 가졌던 것과 동일한 질문을 누군가 하는 것을 볼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 질문이 제게 중요하지 않게 됐는데, 그것은 이제 답을 찾고 문제를 해결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한 안목이 더 생겼기 때문입니다. 관용과 인내라는 면에서 분명한 진보가 나타납니다. 하나님께서 일하고 계시기에, 우리 인생은 그냥 흘러가지 않습니다. 누군가 이 말 중에 어느 하나씩 도움을 받아서, 자기 삶에서 희망을 갖고 견뎌 보겠다고 다짐하는 일이 생기길 바랍니다.
출처 http://m.blog.naver.com/deopraxis/220922773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