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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받은 이후? 성화의 삶

IMG_7539‘은혜와 성화의 설교자’ 박영선(67) 목사는 매일 새벽이 올 때까지 잠들지 못한다. 밤을 꼬박 샌다. 알려진 대로 박 목사는 불면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1983년부터 수면제 없이는 단 하룻밤도 잠을 청하지 못한다고 했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새벽이 올 때까지 성경과 각종 책을 읽고 묵상하며 글을 쓴다.

그는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강해설교가로 개혁주의신학을 견지해왔다. 1970∼80년대에 신복음주의 열풍으로 모두가 전도와 부흥, 선교에 집중할 때 그는 ‘하나님의 열심’과 ‘구원 그 이후’ 등의 책을 펴냈다. 그는 85년 교회 개척 이후 예수 믿고 구원 받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성화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늘 강조하고 있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가 부흥기에 놓여있던 88년부터 3년 동안 사도행전을 설교하고 6권으로 된 사도행전 설교집을 출간한 바 있다. 그리고 2012∼13년에 주일예배 강단에서 다시 사도행전을 설교한 내용을 묶은 책이 바로 최근 출간한 ‘다시 보는 사도행전’(영음사)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남포교회에서 만난 박 목사는 신간 소개보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더 많은 얘기를 쏟아놓았다. 먼저 박 목사는 현재 권력 앞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에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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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이 부족한 지도자들이 판을 치지만 하나님은 절대 권력과 세력을 크게 만드시는 분이 아닙니다. 능력이 있는 지도자들도 가족 문제 등에 발목이 잡혀 힘겹게 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성도들은 하나님이 순풍 만 주시는 분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지도자들을 잘 격려하고 편들어 줘야 합니다.”

다시 읽는 사도행전을 세밀히 읽으면 우리는 초대교회뿐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인생과 우리가 속한 한국교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마음에 있는 불만이 해소되고 감사와 기쁨이 생김으로써 박영선 목사의 표현대로 ‘이 세상의 현실이라는 컨텍스트(context) 속에 살면서도 예수 그리스도가 본문(text), 곧 주인공이라는 인식 속에 우리도 본문이 되는 삶’을 소망하게 된다. 신자의 삶이 얼마나 놀라운 축복인지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보는 사도행전’은 우리가 부딪히는 현실 문제를 이야기하고 거기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도행전을 설교한다. 사도행전은 예수님이 승천하시고 성령께서 오신 이후 초대교회가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갔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박 목사는 이 책을 펴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여년이 흘러 사도행전을 다시 설교하게 되었습니다. 과거 부흥기에 선교적인 시각으로 본 사도행전과 달리, 긴 시간을 지나 이 자리에서 다시 펼쳐드는 사도행전에는 고난이 가득 찬 현실을 걸어 온 교회가 보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어느 시대나 교회는 자기가 서 있는 세상과 역사 앞에 도전을 받아 왔습니다. 기적과 열매만이 성령의 증거가 아니듯, 오해와 경멸 속에서도 복음이 증거 되며, 교회는 늠름하게 서 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하나님이 일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 성도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분의 삶을 사십시오. 아무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위로받을 수 있고, 누군가에게 넋두리할 수도 있지만, 여러분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여러분이 거기에서 그 자리를 지키셔야 합니다. 우시고 신음하시고 그리고 기도하시면서 그 자리를 지키시면, 나머지는 하나님이 다 만드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이것이 기독교 2000년 역사의 증언입니다.”

그의 설교는 이제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그 영토를 넓혀 가고 있다. 기독교 신앙은 사적 영역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도 작동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러한 사실은 그의 설교에 세계관을 들여놓아야 한다는 확신 가운데서 이루어졌다. 2010년에 산상수훈을 본문으로 전한 ‘하나님의 의’가 대표적인 설교이다.

박 목사는 오는 12월 말에는 담임목사 직에서 내려올 예정이다. 30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되면 ‘육체의 가시’로부터 해방이 될까. 삶이란 무엇일까. 박 목사는 삶이란 신앙적인 어떤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생에 요구된 실존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지지고 볶는 것이다. 주어진 정황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주어진 정황이란 우리가 누구의 아내와 남편, 자녀와 부모이며, 누구의 이웃이란 것이다. 그래서 그 사회에 속해 있는 자로서의 책임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박 목사는 신학을 하고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대해 항복할 것을 강조했다.

“누구나 신앙을 갖게 되면 하나님에 대한 항복이 있어야 합니다. 인격적이고 전인적으로 모든 삶의 영역에서 항복이 없다면 기독교 신앙은 존립할 수 없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계획과 경륜과 목적, 그리고 그것을 다루시는 방법 등에 대한 근본적인 항복을 하나님의 절대 주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성근(73) 감독이 ‘야신’(野神)이라면 유일한 운동으로 ‘당구 1000’을 치는 박 목사는 ‘당신’(撞神)으로 불린다. 바둑으로 말하면 ‘10단’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실력자다. 매주 토요일 교회 내 동호회 회원들과 저녁내기 게임을 하다는 박 목사는 이기는 자(팀)가 밥값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나는 10번 치면 11번 이깁니다. 50년 당구를 쳤지만 아직까지 내가 항복해본 사람이 없어요. 그런데 800정도 치는 집사가 있는데 그는 지고는 못 견디는 성격입니다. 장로가 되면 달라질까요. 신앙심이 더 높아지면 지고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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