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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과 성화, 질서와 절제는 감리교회의 특색이다. 예배에서의 질서는 절기와 주제에 따라 적절한 내용과 자연스런 흐름을 나타내는 것이고, 교회 행정에서의 질서는 적어도 기본적인 감리교회의 조직과 결정과정을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법과 규율의 최종 목적은 하나님의 의와 은혜의 복음이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는 것과 교회와 성도 개개인이 거룩함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왜 감리교인가? 명문가는 그 가문의 전통이 있다. 그러나 그 자손들이 자신의 전통을 모르거나 무시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감리교도 말하자면 기독교 역사 속에서 명망 있는 집안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의 전통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무시할 수 있다. 실제로 나 자신의 목회를 돌아보아도 자신의 것을 소홀히 하고, 다른 전통, 다른 우물을 뒤진 일이 많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오늘 우리 현실은 점차로 교파의식이 엷어지는 경향을 나타낸다. 교인들은 교파의 울타리를 넘나들고, 목사들도 어느 것이든 잘 된다 하는 프로그램이나 교회를 모방하고 따다 쓴다. 그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어차피 인류의 문명은 남의 것 위에 자기 것 조금 얹어서 쌓은 것이니까. 우리도 교파 초월해서 배우고 그 위에 우리 자신의 독창적인 것을 얹어서 목회하면 우리 자신의 것만 고집하는 것보다 풍요한 목회를 할 수 있다.그러나 문제는 무분별한 모방이다. 성장하는 교회, 인기 있는 설교자를 단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성공했다고 따라가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하는 것을 목회 연륜이 더해가면서 뼈저리게 느낀다. 남의 것을 모방하는 것도 자기 것을 먼저 잘 알고 난 후에 해야 하고, 성공사례라고 ‘꿩 잡는 게 매’라는 식으로 따라가는 것을 절제해야 신뢰받는 목회를 할 수 있다. 심지어 인기 있는 다른 교파의 프로그램을 따다 쓰면서, 감리교회의 전통과 가르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며,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 일이다.

감리교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교회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기독교의 전체 지평에 독특한 색깔과 전통으로 그 풍경을 풍요하게 만든 역사가 있다. 하나님은 만물을 한 모양, 한 크기, 한 종류로 만들지 않으시고, 각양 각색 종류대로 만드셨는데, 감리교회는 그 색깔과 소리의 고유한 것을 지키고 발전시킴으로 전체 교회에 공헌할 수 있고, 교회라는 신앙공동체를 더 풍요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감리교는 무엇이며 그 특색은 무엇인가? 우리가 감리교회의 특색을 이야기할 때, 속회나 순회목회, 연대주의, 공교회(catholic) 정신, 장정(Discipline)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감리교회의 역사와 전통 속에는 복음을 어디서나 누구에게 전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따르려는 복음의 열정이 담겨있다. 그 사명을 위해서는 혼자 말을 타고, 위험과 피곤, 그리고 외로움을 무릅쓰고 전도자로 넓은 구역을 순회하던 목회자, 그리고 안수 받은 목회자가 없는 동안에도 서로 격려하며, 함께 배우면서 신앙 공동체를 유지했던 평신도 지도자들이 있다. 그들의 열정과 헌신이 교회의 부흥을 일궈냈다.

1939년 남북 감리교회가 통합될 때, 양 교단 사이의 차이를 뛰어 넘어 공유하는 감리교회의 특색과 전통은 무엇일까를 연구했는데,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만인 구원설 (Salvation for all.): 칼빈의 예정론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이 교리는 헌신적인 전도활동에 동기를 부여했다.
  • 하나님은 체험될 수 있다(God Can Be Experienced): 성령의 체험에 대한 강조는 초기 감리교회와 웨슬리 사역의 특징 중 하나였다.
  • 경직된 교리와 신조에서 자유로움 (Freedom from Rigid Creed)
  • 완전을 향한 추구 (The Search for Perfection)
  • 노래하는 교회 (Singing Church)
  • 순회 목회 제도 (Itinerant Ministry)
  • 교육에 대한 많은 관심과 투자 (Educational Activities)
  • 사회개혁에 대한 공헌 (Contribution to Social Reform)
  • 세계 교회를 향한 열린 정신 (Spirit of World Parish: Ecumenism): 초기에는 선교사역에 대한 열심으로, 근래에는 교회 연합정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 시대가 바뀌어 이러한 목록은 어느 정도 수정할 수 있겠지만, 대체로 지금도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요한 웨슬리의 초기 감리교 운동의 동기를 살펴보면, 그의 관심이 그가 속한 영국 국교회의 안타까운 사정을 조금이라도 고쳐보려고 했던 것임을 알게 된다. 지나치게 경직된 교회 구조, 실생활과 동떨어진 성직자 중심의 교회 예전, 실천이 없는 신앙고백, 사회문제에 대한 무관심이나 무력증 등이 웨슬리와 그를 따르는 이들의 관심사였다. 이런 관심사를 붙들고 씨름하던 중에 회심의 경험을 하게 되고, 성령의 체험과 그 능력에 대해 새로운 안목을 가지게 되면서, 웨슬리 운동에는 놀라운 에너지와 복음적인 방향이 생기게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 감리교회, 특히 연합감리교회는 이런 원래의 감리교회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다는 주장에 공감이 간다. 이 시대에 어떻게 하면, 우선 목회자들과 지도자들부터 감리교회의 모습을 회복하고, 하나님께서 주신 그 독특한 색깔과 균형을 회복할 수 있을까? 아래에 몇 가지를 제안해 본다.

 

1. 성경공부나 제자훈련 교재를 신중하게 선택한다.

성경공부나 제자훈련의 교재를 선택할 때, 이것이 전체 감리교회의 전통이나 정신에 맞는 것인지 잘 살펴보고, 무분별한 사용을 하지 않는다. 될 수 있으면, 좀 힘들더라도 자체 교재를 만들거나, 아니면 감리교단에서 나오는 교재들을 활용한다.

 

2. 회중 찬송을 마음의 고백이 되도록 인도한다.

회중이 찬송을 부를 때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고백이 되도록 인도한다. 웨슬리 형제의 찬송은 죄의 고백과 용서의 경험을 많이 노래하고 있다. 그러한 찬송이 다시 생동력을 가지고 불려지도록 인도한다.

 

3. 감리교 교리의 전통과 균형에 맞춰 성화를 이루어간다.

감리교 전통 중의 하나는 경직된 교리나 신조에서의 자유로움이다. 역사적으로 공인된 기본적인 신앙고백의 테두리 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교리의 어떤 해석이나 적용도 실천을 중시하는 감리교 전통과 균형을 맞추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이나 설교가 실제 삶에서의 성화를 어떻게 도와주고 이루어나가는지 살펴야 한다.

 

4. 개인의 성화뿐 아니라 사회적 성화를 강조한다.

사회성화는 개인성화에 못지 않은 중요한 관심사이다. 연합감리교회는 사회신조라는 훌륭한 문서를 가지고 있고, 이것은 정기적으로 오늘 우리가 당면한 여러 가지 사회이슈에 적당한 내용으로 다듬어진다. 연합감리교 목회자들은 이 문서의 내용을 알고, 때때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

 

5. 웨슬리의 설교에서 배운다.

웨슬리의 설교는 비록 길이가 길고 내용이 딱딱한 면이 있지만, 감리교 설교자의 설교 내용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가늠하게 하는 안내 역할을 한다. 필자는 웨슬리의 설교를 될 수 있으면 많이 읽으려고 애쓰는데, 특별히 교리적인 내용의 설교에서 많은 도움을 얻는다.

 

6. 예배, 행정, 생활에서의 질서와 절제를 유지한다.

감리교회는 체험과 동시에 질서를 중요시한다. 오죽하면 Discipline을 우리 교회헌법의 이름으로 삼았겠는가? 예배에서의 질서, 교회 행정에서의 질서, 성도들의 삶에서 질서와 절제는 감리교회의 특색이다. 예배에서의 질서는 절기와 주제에 따라 적절한 내용과 자연스런 흐름을 나타내는 것이다. 교회 행정에서의 질서는 적어도 기본적인 감리교회의 조직과 결정과정을 따르는 것이다. 감리교회의 법은 복잡하고, 방대한 것 같으나, 상식과 균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많은 융통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물론 모든 법과 규율의 최종 목적은 하나님의 의와 은혜의 복음이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는 것과 교회와 성도 개개인이 거룩함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김웅민 목사 woongmin@hotmail

LA복음연합감리교회 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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