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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인가?

[칼럼]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인가?

By 허종욱 워싱턴침례대 교수, 사회학 박사

[워싱턴 중앙일보] 04.07.15 05:26

지난 5일은 부활절 주일이자 한국 기독교가 선교 130주년을 맞이한 뜻깊은 날이었다. 130년 전이었던 1885년 4월 5일에는 미국 기독교가 파송한 두 청년 선교사가 제물포(인천)에서 조선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 한 청년은 장로교의 24세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총각이었으며 다른 청년은 감리교의 25세 헨리 아펜젤러 한창 신혼인 남편이였다.

한국기독교계는 이날을 한국선교의 기점으로 삼고 있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이 두 선교사가 처음 밟은 조섬 땅은 인천이 아니라 부산이다. 1885년 4월 2일 부산항에 내려 하룻밤을 묵은 뒤 인천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한국선교 103주년을 맞이하여 분열되어 있는 한국기독교계가, 특히 한국선교계가 이 두 선교사로부터 어떤 교훈을 배워야 할 것인가를 반추해보는 것이 더욱 뜻이 깊다고 생각한다. 두 선교사가 보여준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보다도 교파와 개인 인기를 초월한 협력선교다. 두 선교사가 협력하여 이룬 열매들을 대략 살펴보면 교육선교를 통해 서양문물을, 의료선교를 통해 질병퇴치를, 교회설립을 통해 복음전파 등을 들 수 있다. 한국선교역사는 언더우드 선교사를 통해 세워진 장로교의 세문안교회와 아펜젤러 선교사를 통해 세워진 감리교의 인천 내리교회와 정동교회 등 한국초의 개신교회를 토대로 하고 있다. 또한 언더우드의 연희전문과 아펜젤러의 배재학당은 한국기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어 이름 원두우(元杜尤)로 널리 알려진 언더우드(1859-1916)가 조선 땅에 복음의 씨를 뿌리게 된 계기는 이미 하나님이 마련하신 계획이었다. 1881년 뉴욕대와 1884년 뉴브런스위크신학교을 졸업한 그는 장로교 목사안수를 받고 인도선교를 위해 의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언더우드의 선교지를 조선으로 바꾸셨다. 한편 아펜젤러(亞扁薛羅, 1858-1902)도 1878년 플랭크린 마샬대학과 1882년 드루 신학교를 졸업, 인도선교를 준비하고 있었다. 역시 하나님께서 파울러 감독을 통해 선교지를 조선으로 옮기도록 했다.

두 선교사가 왜 인도 대신 조선으로 왔는지는 그들의 선교 열매로 알 수 있다. 2만 명이 넘는 해외선교사를 파송, 3만여 명의 미국 다음으로 세계 제2의 선교사 파송국이 된 한국은 인구비례로 따지면 제1선교사 파송국이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기독교선교가 성공한 나라로 알려졌다. 근래에 개신교 인구가 좀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선교 130년에 전체인구 5200만 명의 20%인 1000여 만명이 개신교인이라는 기록은 세계 어느 기독교선교역사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기적’이다. 인구비율로 아시아 최다 개신교국가와 또 선교사파송국이 된 한국 기독교지만 여러 선교지를 방문하면서 가끔 느끼는 아쉬운 점은 협력선교의 미활성화인 것 같다.

더구나 많은 선교사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대치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대치관계는 교파와 파송교회, 파송선교기관, 개인의 업적중심에 따라 일어나고 있는 갈등을 말한다. 한국 선교 130주년을 맞이하면서 ‘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언더우드는 병으로 인해 고향 뉴저지에서 숨졌고 아펜젤러는 성경번역 모임에 참석하기위해 타고 가던 배가 서해 어청도 인근에서 다른 배와 충돌,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었다. 두 선교사의 유해는 서울 양화진 외국인묘지에 안장되어 있다. 한국 기독교는 두 분에게 너무 큰 빚을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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