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희망이 무너지는 순간, 비로소 희망이 움트기 시작한다.
체념과 불안,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법
다시금 희망으로 지금 여기를 사는 법을 말하는 책
희망은 좋은 말이다. 희망은 마음을 부풀게 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아니, 각자의 현실만 보더라도 희망은 자주 절망으로 그 모습을 바꾼다. 지금도 세계에서는 전쟁과 기아, 자연재해 같은 절망적인 일들이 쉴 새 없이 펼쳐지고 있고 그러한 일을 겪지 않더라도 많은 이가 기쁨, 희망과 같은 단어보다는 슬픔, 절망이라는 단어를 친숙하게 여긴다. 그리하여 오늘날 희망은 좋은 말이지만 현실적이지는 않은,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책 어딘가에 나오거나 금융권에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현혹하는 데나 쓰이는 말이 되어버렸다.
「희망의 신비」에서 신시아 부조는 체념의 시대, 절망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희망’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천천히 되짚어 나간다.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그녀는 「불멸의 다이아몬드」의 저자 리처드 로어와 더불어 서구, 특히 미국에서 널리 알려진 그리스도교 영성가이자 문필가, 그리스도교 영성훈련 교사이자 활동가이다. 그녀의 저작은 그리스도교 수도원 전통에 뿌리를 두며 영성가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하면서도 사회적 실천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이 책 또한 그리스도교의 다양한 영성 전통을 다루고 성서와 문학을 넘나들면서 개인과 공동체, 세상과 복음을 잇고자 하는 저자의 고민이 오롯이 담겨 있다.
희망에 관해 생각할 때 우리는 보통 두 가지 정도를 떠올린다. 하나는 희망이란 미래에 벌어질 좋은 일 또는 결과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희망은 저 바깥 어딘가에 감춰져 있다가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는 생각이다. 일이 잘 풀리고 있을 때 이러한 희망은 삶을 움직이는 커다란 동력이 된다. 그러나 우리가 품었던 희망이 꺾여버렸을 때, 기대하고 소망했던 바가 물거품이 되었을 때, 절실한 기도와 요청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이 침묵하실 때 이러한 희망은 우리를 좌절시키며 오히려 절망감을 증폭시킨다. 신시아 부조는 이 책에서 희망의 새로운 차원을 생각해볼 것을 독자들에게 요청하고 있으며 5장에 걸쳐 희망에 대해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의 문제점, ‘희망의 신비’라 불리는 새로운 희망에 대한 정의, 이 희망이 자리잡고 있는 시간, 희망과 더불어 나아가는 미래를 차례로 살핀다.
이 희망의 여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희망의 새로운 차원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바라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번잡한 마음을 정돈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는 이들은 이 책에서 말하는 희망을 몸으로 익혀가는 과정이 하나의 고된 훈련과 다르지 않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여정에서 말하는 바에 귀 기울이고, 이 여정에 동참한다면 외부의 결과나 우리들의 자잘한 갈망들에 매이지 않는, 새로운 힘을 바탕으로 우리가 빚어내는 결과들이나 갈망들을 다독여 우리 자신과 이 절망과 체념으로 그득한 세계를 바꿀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은 지금, 우리 안에서 시작해, 앞을 향해 나아가는 진지한 여정이며 이 책은 그 여정에 이르는 법을 돕는 유익한 안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