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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이 만난 사람: 한기총대표의 파격발언

image人터치 › 조현이 만난 사람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간담회
‘전국 교회 예산 1% 통일기금’ 제안도

“남은 북에 비해 ‘슈퍼갑’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북쪽의 말 한마디에 발끈하지 말고, 대인답게 통 큰 양보도 해야 한다.”

진보계 인사의 발언이 아니다. 보수 기독교를 대변해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자,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이영훈(사진) 목사가 15일 새해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한기총은 역대 여권의 원군 노릇을 도맡아 정권의 대우도 받았지만, 대표회장 돈 선거 등으로 인해 해체운동이 벌어질 만큼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인 여의도순복음교회도 조용기 목사와 그 가족들의 비리로 위세만큼이나 구설에 올랐던 곳이다.

하지만 이런 배경과 한계 속에서 나온 이 목사는 출발 때부터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지난 9월 대표회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힘있는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그동안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의 비리, 노골적인 권교유착과 극우적 행보 등으로 높아진 반기독교 정서를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거나 그가 원래 조 목사와는 다른 류의 목회자라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실상 호남 출신 및 중산층 이하 신도가 주류인데도 그동안 우익집회에 들러리를 선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 목사가 “한국기독교는 섬김의 종교이니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철저히 낮아져 이웃을 섬김으로써 존경 받고 칭찬 받는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고도 말했다. 세월호 사건 직후인 지난해 5월부터 3차례에 걸쳐 1천여명씩의 신자들과 함께 안산의 보성재래시장로 장보기를 다닌 것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실천 행보였다.

지난해 말 북쪽의 반발을 불러온 강화도 애기봉에 성탄트리 점등을 하지 않기로 해 갈등의 불씨를 잠재웠던 이 목사는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북을 자극해서 도움이 될 게 없다”면서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 대화 및 통일에 대해 “꼭 조건부로 시소게임을 하거나 일희일비하며 맞대응하지 말고, 대폭 양보해 대화를 열어야 할 것”이라며 “민간교류를 활성화해 북에 가고 싶어하는 이들은 모두 보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전국 교회에 교회 예산의 1%씩을 모아 통일기금을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그는 “해방 전 북에 3500개나 되던 교회가 2곳만 남았는데, 전국 5만5천교회가 통일을 준비해야 교회를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의도순복음교회도 올해부터 예산 1%씩을 통일기금으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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