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작가인 켄 블랜차드(Kenneth Blanchard)가 쓴 저서중에 ‘굿바이 허둥지둥(The on-time, on-target manager)’이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밥(Bob)은 회사내에서 성격이 좋기로 소문났지만 한편으로는 ‘허둥지둥 팀장’이란 별명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유인즉 매사에 잦은 지각과 쌓인 업무로 인해 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마감시간을 넘기는 일이 많아 늘 사장의 경고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장 데이브는 그를 돕기위해 밥에게 멘토가 될 수 있는 CEO 한명을 소개합니다. 일단 밥이 자신의 바쁜 업무에서 벗어나 최고 효율성 책임자(Chief Effectiveness Officer)를 만나 상담을 받도록 한 것입니다. 밥은 CEO가 내주는 3가지 과제를 풀어 나가면서 조금씩 그의 문제를 알게 되는데 그것은 ‘우선순위’ ‘타당성’ ‘헌신’의 문제였습니다. 일에 대한 원칙없이 살아왔던 모습을 발견한 그는 업무의 중요도에 따라 모든 일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올바른 동기로 올바른 사람들과 함께, 적절한 때에, 적절한 순서로 집중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우게 된 것입니다.
지난해 5월 암투병 끝에 77세의 일기로 고인이 된 금세기 복음주의 지성가운데 한명인 달라스 윌라드(Dallas Willard)박사는 ‘잊혀진 제자도(The Great Omission)’라는 책에서 오늘날 기독교 신앙과 삶의 괴리감이 커져가고 기독교 신자들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되어가는 것은 예수의 가르침속에서 무엇인가 중요한 것이 누락되었음을 예리하게 지적합니다. 그는 현대 복음주의자들의 근본적인 문제 중의 하나는 제자도의 개념을 상실해버린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예수께서는 우리들에게 ‘모든 족속으로 제자삼아(마28:20)’ 지상 대명령(The Great Commission)을 주셨지만 제자가 되지 않고도 영원히 ‘그리스도인’일 수 있다는 가르침이 교회내에서 용인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달라스 윌라드는 그의 또 다른 저서인 ‘하나님의 모략(The Divine Conspiracy)’에서 오늘날 기독교가 성장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원인을 이렇게 지적합니다.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이 죄사함을 얻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믿으면서도 새로운 인생을 위해서는 예수님을 믿지 않고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믿으면서도 천국을 살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사후의 삶을 위해서는 예수님을 믿지만 오늘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믿지 못하는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최우선적으로 중요한 우선순위는 더 많은 사람, 돈, 건물, 프로그램, 교육이 아니라 그 분을 닮아가는 제자와 도제가 되어 인간 실존의 모든 구석구석에서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사는 법, 즉 예배와 성경읽기, 교제와 봉사, 고독과 침묵, 금식같은 영성개발을 통해서 그 분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중에서 고독과 침묵은 일상의 서두름에서 벗어나 하나님 나라의 풍성함을 깊이 체험하는 길임을 강조합니다. 아울러 그는 말로만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처하며 실제로 그 분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뱀파이어 크리스천’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윌라드 박사가 세상을 떠나면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목사나 성도들은 하나님이 선하시다는 사실을 믿고 자신이 속한 도시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어 그 행복의 이유를 사람들에게 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예수께서 가르쳐주신 제자의 본질은 칭의(Justification)만의 복음이 아닌 매일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거룩한 성화(Sanctification)삶, 이 세상에 살지만 이 세상것이 아닌 현재 지금 이 순간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제자되어 다시 제자를 삼고 가르쳐 지켜 행하는(마28:20)’ 주님의 지상명령은 평생토록 그리스도인들이 감당해야할 가장 중요한 삶의 최우선순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