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쉬 하샤나 (Rosh haShanah)의 의미는 한 해의 머리, 곧 새해를 가리킨다. 성경에 ‘로쉬 하샤나’라는 말은 없지만, 유대인들은 하나님께서 이 날에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셨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유대 월력으로 티슈리 첫날과 둘째 날을 새해로 지킨다.
유대인들은 로쉬 하샤나에 하나님과 사람과의 특별한 관계를 기억한다. 하나님은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이시고, 우리는 그분으로부터 지음을 받은 피조물인 것을 특히 로쉬 하샤나에 기억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에 살면서 하나님의 실존하심을 느끼고 하나님을 의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로쉬 하샤나라는 것이다.
유대인들에게 로쉬 하샤나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법정을 지나는 날이다. 1) 매년 로쉬 하샤나에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양떼가 목자 앞을 지나는 것처럼, 하나님 앞을 지나며 하늘의 법정에서 판단을 받는다. 그래서 “누가 살며 누가 죽으며, 누가 궁핍하게 되고 누가 풍부하게 되며, 누가 실패하고 누가 성공하게 될 것인지’ 이 날에 결정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결정된 것이 확정되는 날은 로쉬 하샤나로부터 10일 후인 대속죄일로, 이 10일 (아싸랏 여메이 테슈바)의 기간은 유예 기간이다. 결정된 내용이 번복될 수 있는 날인 것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로쉬 하샤나로부터 대속죄일까지 일년 중 가장 경건하게 보내려 한다. 경건하게 보내는 날의 절정은 대속죄일이다. 이 날은 모든 유대인들이 회당을 찾아 금식하며 하나님의 긍휼을 기다린다. 2) 로쉬 하샤나에 유대인들은 ‘하나님은 우주의 왕이시라’고 선포한다. 악이 선을 이기고, 불의가 세상에 충만해도 여전히 세상이 계속 존재하는 이유는, 로쉬 하샤나에 사람들이 하나님의 신적 권위를 인정하므로 하나님은 세상을 새롭게 하시려는 기대를 가지시기 때문이라고 유대 카발리스트들은 가르친다.
로쉬 하샤나에 반드시 행하는 관습들이 있다. 1) 양뿔 나팔 (쇼파르)을 부는 일이다. 나팔을 부는 이유는 왕의 대관식을 위한 소리 또는 회개의 소리이다. 로쉬 하샤나는 하나님의 신적 권위를 인정하면서도 사람의 첫 번째 죄를 기억하며 회개하는 날이다. 그래서 로쉬 하샤나로부터 대속죄일까지 10일간을 회개하며 보내되 첫 날에 나팔을 부는 것이다. 나팔을 부는 또 다른 이유는 이삭의 결박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모리아 산에서 번제로 드린 날을 로쉬 하샤나로 믿는다. 그 날에 하나님은 이삭 대신에 수양을 준비하셨고, 아브라함은 그 수양을 번제로 드렸던 것을 로쉬 하샤나에 기억한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믿음을 보시고 이삭 대신에 수양을 준비하신 것처럼, 유대인들의 믿음을 보시고 그들에게 생명, 건강, 부유한 한 해를 주실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회당이나 통곡의 벽 같은 곳에서 로쉬 하샤나 예배를 드리면서 100번 나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나팔을 부는 것 외에 2) 사과 조각을 꿀에 찍어 먹는다. 이것은 달콤한 한 해를 바라기 때문이다. 3) 사람들끼리 서로 축복하며 이렇게 인사한다. 샤나 토바 하메투카 (달콤한 한 해가 되세요) 또는 레샤나 토바 티카테이브 베테이하테임 (좋은 한 해를 위하여 기록되고 확정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인사하고 축복한다. 4) 로쉬 하샤나 오후에는 물 있는 곳을 찾아 그곳에서 타슐리흐 (תשליך) 기도를 한다. ‘타슐리흐’의 의미는 ‘던져버리다’이다. 타슐리흐 기도는 미가서 7:18-20절에 기록된 ‘우리의 죄악을 발로 밟으시고 우리의 모든 죄를 깊은 바다에 던지시리이다’는 말씀에 기초한다. 타슐리흐 의식을 행하면서 유대인들은 이사야 11:9절[1]과 시편 118:5-9, 시편 121, 130편을 암송한다. 5) 안식일이나 다른 유대 절기처럼 촛불을 켜고 키두쉬 기도를 한다. 그리고 할라 위에 손을 얹고 축복문을 암송한다. ‘할라’ 빵 위에 손을 얹고 암송하는 기도문을 다음과 같다:
바루흐 아타 아도나이 엘로헤이누 멜렉 하올람 하모찌 레헴 민 하아레쯔
(ץהאר מן לחם המוציא םהעול מלך אלהינו ײ אתה ברוך)
찬양하나이다. 당신은 주님이시고, 우리의 하나님이시며, 이 땅으로부터 빵을 주시는 영원한 왕이시나이다.
참고로, 유대인들이 안식일 또는 절기마다 할라 (Challah)를 먹는 이유가 있다. 전통에 따라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세 번 식사를 한다. 금요일 저녁, 토요일 점심, 그리고 토요일 해가 지기 전에 식사한다. 그리고 두 차례 구별된 정찬을 갖는데, 금요일 저녁 식사와 토요일 점심 식사이다. 유대인들은 각 식사 때마다 두 개의 할라를 준비한다. 두 개의 할라 빵은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을 생활하면서 먹었던 만나를 기억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지나는 동안, 매일 아침마다 만나가 내렸지만 제 칠일째 되는 날 (안식일)에는 만나가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백성들은 육 일째 되는 날, 만나를 두 배로 거두어야 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안식일 또는 절기 식사 때에 두 개의 할라 빵을 준비하는 것이다.
랍비 이스라엘 바알 쉠 토브 (Rabbi Israel Baal Shem Tov)가 들려주는 로쉬 하샤나에 대한 비유이다.
한 왕이 있었다. 그 왕에게는 자신의 눈에 사과처럼 귀히 보이는 한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은 왕에게 유일한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세상의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며, 많은 문화를 경험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값진 은과 금을 많이 주고 아들을 먼 나라로 보냈다. 아들은 왕궁을 떠나 먼 나라로 갔다. 그러나 아들은 모든 임무를 완수하기 전에, 가진 돈을 모두 사용하였다. 그래서 아들은 많은 고생을 하였고,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아버지께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아들은 산전수전 겪은 후에 아버지가 계시는 왕궁 입구에 도착했다.
그러나 왕궁 입구에 도착한 아들은 오랫동안 궁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자기 나라의 풍습과 언어를 잊어버렸다. 왕자는 왕궁을 지키는 문지기에게 자신이 왕의 아들임을 증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왕자는 문 앞에서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왕자의 우는 소리는 왕궁의 왕에게까지 들렸다. 아들의 음성을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는 아들의 우는 소리를 들었다. 왕은 왕궁 입구에서 오는 아들을 안고, 그에게 입맞추며, 왕궁으로 인도하여 큰 잔치를 배설하였다.
이 비유를 말하면서 랍비는 로쉬 하샤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비유에서 왕은 하나님이시다. 그리고 왕자는 유대인을 가리킨다. 모든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는다 (신 14:2). 하나님은 토라 (말씀)와 미쯔봇 (계명)을 이루기 위하여 자신의 아들을 세상으로 보내셨다. 그러나 그 아들은 아버지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하늘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위한 모든 조건을 잃어버렸다. 심지어 자신의 언어까지도 잊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하늘에 계신 하나님을 향하여 울부짖는 것이다. 이것이 로쉬 하샤나 때에 나팔 (쇼파르)를 부는 이유이다. 과거를 돌이키고, 미래에 대한 소망을 가지며, 나팔을 깊고 또 길게 분다. 로쉬 하샤나에 울려 퍼지는 유대인들의 나팔 소리는 하나님의 자비하심과 아들을 집으로 인도하시고, 아들의 모든 것을 용서하실 것이다.
비록 유대인들의 모든 전통이 경건해 보일지라도 그들은 반드시 그리스도 앞으로 나와야 한다. 2천년 전에 그들의 조상들이 십자가에 못박아 처형했던 갈릴리 나사렛 예수를 우리의 구원자, 메시아로 믿어야 현대 유대인들에게도 소망이 있다. 유대인들이 예수님께로 나오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 하나, 그들의 전통 때문이다. 경건하게 보이는 전통으로 인하여 유대인들이 하나님을 잘 믿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들은 하나님을 멀리 떠나 있다. 현대 유대인들이 지키는 것은 ‘율법’이 아니다. 율법을 잘못 해석한 ‘전통’을 유대인들은 지킨다. 세상의 모든 전통이 잘못된 것은 아닐지라도 하나님을 믿는 일에서, 유대인들의 전통인 장로들의 유전 (마 15:2, 막 7:5)은 깨어져야 하고, 부서져야 한다. 그래야 유대인들에게 구원이 있고, 소망이 있다. 예수님께서 이들에 대하여 잘 말씀하셨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사람의 계명으로 교훈을 삼아 가르치니 나를 헛되이 경배하는도다 (마 15:8-9, 사 2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