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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같은 크리스마스 마을 Christmas Village, Nevada City

[글, 사진: 하얀 불 (백火)]-아멘넷

 마침내 찾은 그림같은 크리스마스 마을, Nevada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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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ristmas at the Court House by Thomas Kinkade, 1990년]

 

 

작년에 54세의 이른 나이로 타계한 토마스 킨캐이드 (Thomas Kinkade)는 미국 화가들 중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화가로 꼽힙니다. 킨캐이드의 그림들은 대부분 평화스런 시골이나 바닷가를 배경으로 그려지고 그야말로 그림같이 아늑하고 아름다운 집들이 등장하는데 그 집에선 밝고 따뜻한 노란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킨캐이드는 “Painter of Light”, 즉 빛의 화가라고 불리웁니다. 빛의 강조는 킨캐이드의 겨울 풍경화들에게서 더 잘 나타납니다. 춥고 어두운 겨울 밤에 밝은 노란 불빛은 더 잘 드러납니다. 그림에서 보여진 그의 겨울은 눈이 소리없이 내려와서 온 세상을 덮지만 너무 많이 오지는 않아서 걸어다니기에 절대로 힘들지 않습니다. 눈을 치울 필요 없을 만큼만 내립니다.

 

 킨캐이드의 겨울은 눈이 솜처럼 포근해 보여서 밖에 있는 짐승들이 추워 보이지 않습니다. 집 앞을 흐르는 냇가나 연못은 얼어붙지 않았고 하늘은 밤이라도 캄캄하지 않고 둥근 달은 따뜻한 빛으로 숲을 비춥니다. 한 마디로 환상적이고 이상적일 수 있는 겨울의 풍경이지요. 이런 겨울 풍경은 이제는 보기 힘든 모습들이기에 비단 미국사람들뿐만 아니라 커서 미국에 오신 한인 이민 1세대들에게도 어떠한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가 어렵고 이런 저런 일들로 현실이 힘들 때 이렇게 따스하고 이상적인 풍경의 그림들을 보노라면 그 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킨캐이드의 그림들이 미술적인 실체나 가치가 있든 없든 보여지는 풍경들이 이상화된 허상이든, 보는 사람들이 그림들을 통해 잠시나마 평안함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면 킨캐이드는 어쩌면 미술가 그 이상의 역활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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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hill Village Christmas by Thomas Kinkade, 1997년]

 

 몇년 전부터 저는 킨캐이드의 그림들이 묘사한 평화로운 겨울 풍경들을 실제로 보고 싶은 마음에 새크라멘토 인근 지역의 마을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제가 원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킨캐이드가 태어나고 유년 시절을 보냈던 인근 마을 Placerville이 그가 그리는 그림들의 모티프가 되었다는 글을 읽고 가보았지만 이미 작은 마을이 아니라 여러 개의 신호등과 50번 프리웨이가 지나가는 소도시로 커버린 그곳에선 소박한 모습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봄과 가을에 가끔씩 들리는 역사적 마을 네바다 시티 (Nevada City)에서 빅토리안 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린다는 뉴스를 보고 지난 일요일 오후에 친동생같이 지내는 지인과 한국에서 방문오신 그녀의 어머니를 모시고 갔습니다. 대략 3,000여명의 인구가 사는 네바다 시티는 해발 2,477 피트의 시에라-네바다 산기슭에 자리한 작은 마을입니다. 캘리포니아 골드 러쉬가 시작된 1849년에 지어진 마을로써 한때는 캘리포니아 최대 규모의 금광 산업이 번창했던 곳입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역사적 건물들이 잘 보전되어 있어서 아름다운 서부 금광 타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네바다 시티는 이미 여러번 다녀온 곳이고 빅토리안 크리스마스 축제 역시 2주 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대규모의 실내 빅토리안 크리스마스 축제에 다녀온지라 이번 축제에는 별 다른 기대없이 갔습니다. 

그런데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제가 그리도 보고 싶었던 그림같은 크리스마스 마을의 풍경을 12월의 네바다 시티에서 찾았습니다. 지난 주에 내린 눈이 아직도 군데 군데 남아있고 소박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마을의 중심부를 따뜻하게 밝히고 우연히 들린 언덕위의 작은 교회에서는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쉬어가라고 따끈한 애플 사이다와 갓 구운 쿠키를 내놓은 곳, 말이 끄는 마차가 거리를 지나고 골목마다 숨은 보석같은 상점들과 맛집들이 있는 곳, 마을 앞에 흐르는 맑은 냇가를 따라 지어진 인형집같은 오두막들의 지붕은 아직 눈이 쌓여있고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가 밤하늘로 올라가는 곳…

마을의 중심부를 가득 채웠던 인파들이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점점 줄고 오색의 크리스마스 빛들이 강렬하게 밝아졌습니다. 손은 시렸지만, 삼각대가 없어서 카메라의 사진은 점점 흔들렸지만 렌즈를 통해서 보이는 마을의 풍경은 킨캐이드 그림 그 자체였습니다. 오늘 밤과 22일 오후에 두번 더 열리는 빅토리안 크리스마스 축제가 끝나면 크리스마스 전에 다시 한번 찾아갈 예정입니다. 더운 커피를 손에 들고 천천히 중심부 거리인 Broad Street과 Commercial Street을 걸으며 드디어 찾은 크리스마스 마을에서 킨캐이드의 그림속으로 들어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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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다 시티의 역사적 다운타운; 사진: 구글 이미지]

겨울에, 특히 12월에, 북가주를 방문할 기회가 있으시면 꼭 네바다 시티에 들려보시길 강추합니다. 새크라멘토에서 북동쪽으로 60마일 떨어져 있고 Plumas National Forest와 Tahoe National Forest 인근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레잌 타호의 북쪽에 있는 스키장을 가시는 분들은 네바다 시티가 80번 프리웨이에서 30분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니 어렵지 않게 방문하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방문 정보는 공식 웹사이트로 가시기 바랍니다: http://www.nevadacitychamber.com/

 

 네바다 시티의 빅토리안 크리스마스 축제

 

 

 

네 블럭 남짓하게 작은 마을의 다운타운 거리가 빅토리안 크리스마스 축제를 보러 온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다양한 수공예 제품을 파는 거리의 상점들을 기웃거리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빅토리안 시대의 의상을 입은 마을 사람들과 방문객들을 구경하는 것이 더 재미났습니다. 거리의 악사들 또한 그림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해지고 난 거리는 오색불빛으로 가득했고 손이 시리도록 차가운 밤공기는 12월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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