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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지난 주간, 한국에서는 우리 연합감리교회와 형제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개최한 두 번의 대규모 집회가 있었습니다. 사실 횟수로 보면 두 번의 집회이지만 하나의 주제로 두 번 모인 집회라는 표현이 더 나을 것입니다. 이번 집회는 지난 1903년 여름 원산에서부터 일어났던 한국교회의 회개 운동 110주년을 기념하여 모인 “하디 1903 성령한국 기도성회”입니다. 이번 대회 명칭을‘하디 1903’이라고 한 것은 1903년 회개 운동을 시작한 로버트 알렉산더 하디(Robert Alexander Hardie, 1865-1949, 河鯉泳, 하리영) 선교사의 이름을 따온 것입니다.

하디 선교사를 중심으로 1903년에 일어난 회개운동은 사실 훗날 역사가들에 의해 부쳐진 명칭이고, 당시 하디 선교사는 자신이 한국교회를 위해 그러한 운동이 필요함을 느끼고 이를 계획해서 일으킨 운동이 아니라 자기가 하나님 앞에 자신의 허물을 고백한 지극히 개인적인 회개로부터 시작되었고, 이러한 회개의 역사가 확산된 것도 자신의 회개를 한국교회 전체에 확장하겠다고 다짐하고 캠페인을 벌여서 된 것이 아니라 그의 회개를 순전한 마음으로 들은 이들이 하나 둘 자기 자신의 죄를 하나님께 고백하면서 확산된 것입니다.

1903년 8월, 원산에서 선교 사역을 하던 하디 선교사는 어느 날 성경공부 준비하면서 자신이 누군가를 지도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을 깨닫고 주님께 기도하다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게 되였는데 이 회개의 기도를 드리는 중 온 몸이 뜨거워지는 체험을 합니다. 이 체험 후 그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의 허물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며 자신의 완고함과 교만을 회개하게 됩니다. 그 후 그가 인도하는 집회마다 참석하는 교인들에게도 그와 동일한 회개의 역사가 나타나 모두가 자신들의 죄를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역사가 나타나고 이와 같은 회개가 전 교회적으로 확산된 것입니다. 즉, 한 개인의 회개가 다른 사람의 회개로 이어지고 급기야는 모든 교회 회개의 역사로 확장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회개의 역사는 선교 후 계속 성장하던 한국교회로 하여금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되었던 역사적 가르침으로 삼아 그와 같은 회개의 역사를 갈망하며 모인 집회가 바로 이번‘하디 1903 성령한국 기도성회“입니다. 지난주일(8/18) 오후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감리교회를 뜨겁게, 한국교회를 새롭게”라는 주제로 이만여 명의 교우들이 함께 모였고, 또 어제(8/24) 오후에는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성령의 임재를 사모하라(Focus On)”이란 주제로 만 오천 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하디 1903 성령한국 청년대회’로 모여 자신과 교회를 위해 회개하는 성회를 가졌습니다.

물론 하디 선교사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죄를 회개하기 위해서 모두 같이 모여 함께 죄를 고백하자고 하고 집회를 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자기가 인도하는 집회에 모인 이들이 기도하는 중 성령님의 역사로 인해 참석한 이들이 모두 자기들의 죄를 고백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 1903년에 일어난 회개 역사의 본래적 의미 때문에 회개하려면 골방에 들어가 조용히 자기 죄를 고백하면 되지 많은 이들이 한군데 모여 대규모 집회를 가져야 하느냐고 이번 집회를 비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가 교회 밖에서 주관하는 집회의 성격에는 세상을 향해 교회가 외치는 자기 고백의 의미가 담겨 있기에 저는 이번 기도 성회를 통해 교회가 세상을 향해 외쳐야 할 많은 고백 중 ‘우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자성과 자책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비록 110년 전의 회개 역사와는 좀 다르지만 오늘의 교회가 하나님과 세상을 향해 꼭 고백해야 할 말을 하기 위해 주께서 이번 집회를 허락하신 것이라 믿습니다.

물론 110년 전 일어난 회개 운동 이후 한국 교회가 더욱 성장한 것처럼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한국교회가 다시 성장하는 기회로 삼고 함께 모여 회개해야 한다고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교회가 성장하기 위해 회개가 필요하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1903년에 일어난 회개운동으로 인해 교회가 더 성장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나 당시 하디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주님 앞에 회개한 것은 더 많은 성장을 위해 필요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불과 20여 년의 짧은 선교 역사에도 불구하고 놀랍게 성장한 당시 교회가 성장 때문에 지은 허물이 있음을 보고 이를 고백한 것이었다고 봅니다. 오늘날도 우리가 더 성장하기 위해 회개가 필요해서 회개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 때문에 지은 허물을 다시 보고 이를 고백할 필요가 있기에 허락하신 집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여름 오후 서울에서 외친 참회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기를 바랍니다.

 

“주여! 더 이상 우리는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주여! 우리가 진심으로 회개하고 진실하게 성령님을 구합니다.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주님 외에는 갈 길이 없고, 회개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죄를 회개합니다.”

 

 

글쓴이: 이승우 목사, 워싱톤감리교회 MD
올린날: 2013년 8월 27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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