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
오클라호마 시티 외곽 무어시티가 토네이도를 맞아 초토화된 모습을 보니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어찌 저럴수가 . . . 특히 한 초등학교 건물이 순식간에 날아가면서 어린이들이 많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무엇으로 위로하랴. 오로지 피해지역 주민들과 유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넘치도록 임하시기를 기도할 수 밖에.
오클라호마 시티는 이번 주 설상가상이란 말이 나올 만하다. 지난주 NBA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가 멤피스 그리즐리스에게 플레이오프 2차전, 그러니까 서부지역 4강전에서 부끄러운 참패의 쓴 잔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예상을 뒤엎고 농구도 졌는데 업친데 겹친 격으로 토네이도가 쑥대밭을 만들었으니 그 도시의 슬픔이 대단할 것이다.
이번 NBA 정규시즌에서 썬더는 톱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많은 사람들은 서부 컨퍼런스에서는 썬더가 챔피언을 차지하고 동부에선 디펜딩 챔피언 마이애미 히트가 차지하여 결국 금년 NBA 챔피언전은 히트와 썬더의 재대결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회색곰(Grizzlies)’을 쓰러트릴 만큼 ‘천둥(Thunder)’은 쎄지 못했다.
결국 썬더가 그리즐리스에게 아깝게 패하고 이번주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그리즐리스간의 서부조 결승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썬더에는 믿음직한 간판스타 케빈 듀란트가 있다. 그러나 간판스타 하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부상을 입은 러셀 웨스트부룩이 일찍 코트를 떠나면서 결국 ‘천둥’은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웨스트부룩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너무나 컸다.
케빈 듀란트가 1인자였다면 웨스트부룩은 썬더의 2인자였다. 이번 플레이오프의 메시지는 2인자가 받쳐주지 못하면 1인자도 빛을 잃는다는 암시였다.
금년 NBA는 결국 마이애미 히트와 스퍼스와의 대결로 굳어지고 있다. 르브론 제임스가 금년에도 NBA 최고 선수상(MVP)을 받아 낸 히트의 1인자라 할지라도 드웨인 웨이드의 2인자 역할이 빠질 경우 그래도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만약 스퍼스의 토니 파커를 1인자라고 한다면 팀 덩컨이나 지오블리란 2인자가 없을 경우 서부지역 챔피언이라도 가능하겠는가?
그게 어디 프로 농구 코트에서만 벌어지는 진리일까? 아니다. 모든 영역에서 위대한 1인자 보다는 아름다운 2인자를 더 바라고 있다. 그건 우리 기독교 공동체에선 더욱 그렇다.
성경에서 아름다운 2인자를 찾아보자. 구약에선 말할 것도 없이 여호수아란 가나안 정복의 1인자 옆에 갈렙이란 2인자가 있었다.
바울이 안디옥을 거점으로 하여 세계 선교의 여명을 밝힌 1인자였다면 바울 곁에는 그의 2인자 바나바가 있었다. 바울 이전에 주님께서 이 땅에 계실 때 그분의 신발 끈을 풀을 만한 자격도 없다고 스스로 2인자의 자리로 물러 선 세례 요한도 있다.
이렇게 성경에도 아름다운 2인자는 적지 않게 존재한다. 2인자는 1인자를 인정해주고 높여주는 너그러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너무 앞서기를 좋아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1인자에 비해 2인자는 늘 겸손하고 1인자를 살피는 감수성이 살아있다.
1인자는 늘 다스리고 명령하고 결정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2인자는 1인자의 자리를 비워두는 너그러운 분별력이 넘친다. 1인자가 리더십을 과시한다면 2인자는 서번트 리더십을 즐거워하는 사람이다.
교회의 지도자들은 우선 1인자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2인자 의식을 갖고 섬겨야 한다. 개체교회는 물론이요 기독교란 이름을 앞에 붙인 수많은 단체나 기관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회장, 단장, 총재, 이사장이란 이름만 얹어주면 그 세상을 자신의 독무대로 착각하여 마구잡이로 독단을 서슴치 않는 저급한 수준의 두목 멘탈리티가 어느 때는 세상의 비웃음꺼리가 되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병드는 것은 기독교란 이름이요, 그때마다 추락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란 거룩한 이름이다.
무엇보다도 1인자의 자리는 주님의 자리라고 비워두고 언제나 내려앉기를 즐기는 겸손한 2인자가 넘쳐나는 기독교 공동체, 그때 비로소 우리 공동체는 내구성이 강한 탄탄한 영성 체질로 변화될 수 있으리라.
지난해 썬더는 서부지역 챔피언이었다. 히트에게 지기는 했지만 NBA 결승전에 오른 강팀이었다. 그런 화려한 추억에도 불구하고 썬더는 금년에 번개 한번 일으키지 못하고 별 볼일 없던 회색곰에게 먹히지 않았는가? 챔피언의 꿈은 사라지고 말았다. 2인자가 사라지고 1인자 독무대로는 만사가 허당이 되고 도루묵이 된다.
이번 NBA 플레이오프를 지켜보면서 2인자란 말이 키워드가 되어 계속 내 생각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