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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 골퍼의 인간승리

 

캘리포니아 주도인 새크라멘토에서 약 15마일 떨어진 우들랜드란 도시에서 태어난 초등학교 2학년짜리가 발렌타인스데이를 맞아 어머니에게 줄 선물을 만들기 위해 플라스틱 파이프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톱질을 하다 잘못하여 플라스틱 조각이 눈에 튀어 들어간 바람에 10여 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해야 했다. 비극이었다. 그날부터 그의 오른쪽 눈은 거의 실명에 가까웠다. 사물을 정확하게 볼 수 없었다. 어머니 선물을 준비하다 외눈박이가 된 것이다.

네바다 대학교 라스베가스에서 호텔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호텔보다는 골프가 좋았다. 그래서 그는 프로 골프에 입문했다. 금년 23세인 그의 세계 랭킹은 1,207위. 월드 골프랭킹 공식사이트에는 1,547위까지 이름이 등재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철저한 무명의 수준이었다.

 

그런 무명의 선수가 지난 6일 미국 프로골프(PGA) 웰스파고 챔피언십이 열린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기적’의 주인공이 되었다. 골프천재 로리 맥길로이나 필 미켈슨 같은 골프 거장들을 보기좋게 물리치고 당당하게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다.

 

이날 골프 소식을 전한 언론들은 모두 ‘충격’ ‘무명의 반란’이라고 보도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이름은 데릭 언스트(Dereck Urnst).

 

그는 이번 대회에서 최종 합계 8언더파로 연장전 끝에 빛나는 승리의 주인공이 되었다. 골프계에서 한 번도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는 이 무명의 선수가 이번 대회 승리로 세계 랭킹이 1,207위에서 1,084계단이나 수직 상승함으로 123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상금은 얼마나 뛰었을까? 지금까지 그가 받은 시즌 상금이 도합 1만6천 달러가 고작이었는데 그의 100배가 넘는 120만6000달러를 이번에 상금으로 받았다고 한다.

 

더구나 이번 대회 출전은 대기자 명단 4번째에 올라 있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고 웹투어닷컴 대회가 열리는 조지아주로 렌터카를 타고 가다가 PGA 사무국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이다. 출전하기로 한 사람들이 몇 명 포기했으니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렌터카를 타고 그냥 샬롯 퀘일할로 골프장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예정되지 않은 곳에 차를 반납할 경우 1천 달러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1천 달러를 아끼려고 조지아에 내려가 돌려주고 다른 렌터카로 갈아탔다. 그의 인생역전 드라마의 출발점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대타로 시작한 것이다.

 

거리와 방향에 민감한 골프 선수가 한쪽 눈이 성하지 못한 것은 크나큰 장애였다. 그러나 대타에다 랭킹 1,200위라는 취약점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온 그에게 ‘외눈 골퍼’라는 한계가 결코 절망이 될 수는 없었다.

 

한쪽 눈으로 희망을 보며, 한쪽 눈으로 꿈의 세계에 도전해 온 그에게 지난주 골프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격려의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주 ‘좋은 글’이라며 누가 카톡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보내주었다.

 

개그맨 이동우 씨는 결혼을 하고 100일 쯤 지난 뒤 ‘망막 색조 변성증’ 이라는 불치병으로 시력을 잃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사연을 전해들은 천안에 사는 40대 남성이 눈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고 한다.

 

기쁜 마음으로 한걸음에 달려갔지만 동우씨는 눈을 기증 받지 않고 돌아왔다.

“왜 그냥 돌아오셨나요?” “이미 받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분은 저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눈을 기증하겠다는 그 남자는 ‘근육병’ 환자였다. 사지를 못 쓰는, 성한 곳은 오직 눈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동우 씨가 말했다. “나는 하나를 잃고 나머지 아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분은 오직 하나 남아 있는 것마저 주려고 합니다. 어떻게 그걸 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장애를 극복하고 챔피언에 등극한 데릭 언스트는 건강한 두 눈을 갖고 사는 우리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있는가? 성한 것은 눈 하나밖에 없는데 그것마저도 누군가에게 기증하고 싶다는 근육병 말기 환자는 우리에게 또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아무 소리 하지 말고 덮어놓고 감사하며 살자.

(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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