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나 미국인들은 ‘플리즈(please)’나 ‘생큐(thank you)’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언제부터 그랬을까? 그리고 그 의미는 원래 무엇이었을까?
식 탁에서 옆 사람에게 소금을 건네 달라며 ‘please’라고 말할 때 원래의 말뜻은 ‘당신이 꼭 그렇게 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당신이 원하면(if you please) 그 일을 하라’는 것이다. 상대가 소금을 건네주면 이번에는 ‘thank you’ 하고 말하는 게 예의다. ‘thank’라는 단어는 ‘think'(생각하다)에서 나왔다. 이 말은 당신이 나에게 베푼 호의를 생각하고 잘 기억해 두겠다는 뜻이며, 그것은 곧 내가 당신에게 빚졌음을 확인하는 의미다. 다른 나라 말에서는 ‘빚졌다’는 의미가 훨씬 더 생생하게 남아 있다. ‘thank you’에 해당하는 불어의 ‘메르시(
merci)’ 라는 표현은 자비를 간청한다는 것이니, 당신이 나에게 베푼 호의에 대한 채무,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적 죄에 대해 자비를 구한다는 뜻이다. 포르투갈어의 ‘오브리가도(obrigado)’는 문자 그대로 ‘빚졌다’는 표현이다. 이 ‘오브리가도’가 일본어에 가서 ‘아리가토’가 된 것도 흥미롭다.
상대가 고맙다고 하면 호의를 베푼 사람은 ‘유어웰컴(you’re welcome)’ 혹은 ‘이츠 나싱(it’s nothing)’이라고 답한다. 이는 당신의 그 채무를 나의 정신적 장부에 기입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서 ‘마이 플레줘(my pleasure)’라고 하면, 오히려 그것이 나의 기쁨이어서 오히려 내가 당신에게 빚을 졌다는 겸양의 말이다.
이 런 어법 뒤에 있는 것은 채무와 채무 탕감이라는 부채 계산법이다. 이런 표현들은 원래 중산층의 관습이었다. 이런 말들을 입에 달고 사는 습관은 16~17세기 상업혁명 동안 중산층 사이에 뿌리내렸다. 그 후 사무실과 가게, 관청에서 유행하던 이 표현들이 점차 전 사회로 퍼져갔다.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그들의 감수성이 사회 전체로 확산한 것이다.
말 자체는 생각보다 그리 오래된 게 아니지만, 그 뒤에 있는 철학은 훨씬 오래된 것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 남에게 빚지고 산다는 것이다. 사실이 그러하다. 우리 모두 서로 의존하며 살고 있으니, 감사하다는 말 자주 하고, 너무 상스러운 말 하지 말 일이다.(Oklahoma KU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