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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슬리신학(홍삼렬목사, 산타클라라 KUMC)

웨슬리 회심 기념 주간에 다시 생각하는 ‘웨슬리 신학’
▲ 홍삼열(산타 클라리타 연합감리교회 목사, 교회사 전공 Ph.D)
요즘 기독교인들은 교파간의 차이점들이나 교리에 대해 이전 세대보다 덜 민감하다. 그래서 교회를 선택할 때 특정 교파를 선택하는 대신에, 아이들 신앙교육에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는 교회, 자신이 좋아하는 예배/음악 스타일을 제공하는 교회, 혹은 친구들이 다니는 교회를 찾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지나치게 감리교의 교리를 부각시키며 다른 교단들과의 차별을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기본적인 것은 알고 있어야 한다. 무작정 모든 교회는 같다거나 모든 교파들의 신학은 비슷하다는 식의 생각은 교회생활에 혼란을 가져다주고 일관성없는 신앙의 길을 가게 할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제한된 지면을 통해 감리교인으로서 꼭 알고 있어야 할 기본 웨슬리 신학을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웨슬리 신학의 두 중심 기둥으로서 칭의와 성화를 설명하고, 그 다음에 인류의 타락 이후에 하나님이 어떻게 인류를 구원시키시는지 그 구원의 과정을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신앙에 관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감리교인이 사용할 사중 방법론을 설명하겠다. 

1. 웨슬리 신학의 두 중심 기둥: 칭의(Justification)와 성화(Sanctification)

 

감리교의 신학체계를 건물로 가정할 때 이 건물을 떠받치는 두개의 중심 기둥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칭의와 성화이다. 루터교는 “오직 믿음으로만”의 원리를 주장하며 칭의를 강조하지만 성화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톨릭은 루터교와는 정반대로 성화의 삶을 강조하지만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칭의의 교리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우리 감리교회는 칭의와 성화 중 그 어느 것도 놓치지 않고 그들 사이의 연속성, 균형을 강조한다.

 

칭의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 하나님이 그 믿음을 우리의 의로 인정해주시는 것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칭의의 교리를 가장 명확하게 제시하는 성경구절은 로마서 1:17절인데, 루터는 이 구절을 보통 우리가 읽는 것과 다르게 읽는다. 보통 우리는 이 구절을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Ὁ δὲ δίκαιος ἐκ πίστεως ζήσεται)로 읽지만 루터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ἐκ πίστεως)라는 구절이 뒤의 “살리라”라는 동사를 꾸미는 대신에 앞의 “의인”을 꾸미는 것으로 해석해서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인이 된 자는 살리라”로 읽는다. 이렇게 읽으면 칭의의 개념이 더욱 명확해진다. 우리가 살게 되는 것은 (즉 구원받는 것은) 행함으로 말미암아 의인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인으로 인정받기 때문인 것이다.

존 웨슬리 목사님이 1738년에 올더스게이트가에 위치한 교회에서 회심의 경험을 한 것이 바로 이 루터의 칭의의 교리를 듣게 되면서부터였다. 이전까지는 성화의 삶을 통해서 구원을 추구하였지만 이런 시도가 철저히 실패로 돌아가게 되고,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총을 믿는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그로부터 웨슬리의 설교는 행함을 강조하는 설교에서 성령의 역사와 회심의 경험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었고, 이런 변화된 설교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성령의 은사를 체험하고 삶이 변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시작으로 감리교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웨슬리의 회심의 경험이 성화를 추구하는 삶에서 칭의를 추구하는 삶으로 180도 방향을 바꾼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것은 오해이다. 그가 성화의 삶을 추구하는 것은 회심 이전이나 회심 이후나 전혀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성화를 추구하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가에 있는 것이다. 이전에는 자신이 노력해서, 인간적인 의지와 힘으로 성화를 이루려는 차원이었다면, 이제는 구원받은 자녀 속에 역사하시는 성령의 힘으로, 칭의의 은총의 힘으로 성화를 추구하는 차원으로 변한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웨슬리는 이전에 교수시절에 신성클럽에서 하던 활동들을 회심 이후에도그대로 지속했다. 가난한 이웃을 돕고, 감옥에 있는 죄수들을 방문하고, 더 나아가 노동자를 위한 휴게소를 설치하고, 빈민금고를 창설하고, 고아원을 세우고, 금주 운동을 벌여 술집 문을 닫게 하고, 노예폐지 운동에 적극 참여하였다.

 

2. 구원의 과정 (Order of Salvation)

아담과 하와의 타락 이후에 인간이 어떻게 다시 천국을 회복하느냐의 문제는 일명 “구원의 과정”(ordo salutis)이라고 불리는 도식으로 설명되어 왔다. 각 교단마다 다른 구원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데 감리교가 제시하는 구조는 1) 선행은총(prevenient grace), 2) 회개, 3) 믿음, 4) 성화, 5) 완전성화 (entire sanctification), 6) 영화(glorification)의 단계로 이어진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고 타락했을 때 그들은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렸다. 이제는 하나님이 원래 계획하신 인간으로서 제 구실을 못하는 존재, 즉 스스로 하나님의 의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런데 사랑의 하나님은 인간들을 멸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으시고 구원하기를 원하셔서 방법을 마련해주셨고 사람들은 이 방법을 통해 실제로 구원을 얻게 되는데, 여기에서 장로교와 감리교의 설명이 갈리게 된다. 어떤 사람은 구원 받고 어떤 사람은 멸망 받게 되는데, 장로교는 이것이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무조건적인 예정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반면에 감리교는 이것을 선행은총으로 설명한다. 선행은총이란 글자 그대로 인간이 믿음으로 응답하기 이전에 하나님의 은총이 우리보다 앞서 가신다는 것이다. 우리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미리 은총을 주셔서 (즉 이성과 양심과 자유의지를 어느 정도 회복시켜주셔서) 우리가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신다는 것이다.

사람이 이 선행은총에 긍정적으로 반응하여 하나님께로 방향을 돌리는 것을 회개라 부른다. 그리고 자신의 죄를 깨닫고 예수님의 십자가의 은총을 구할 때, 즉 회개하는 심령으로 주님을 바라볼 때 주님은 우리에게 믿음을 주시고, 우리가 믿음을 가질 때 칭의의 은총을 주신다. 이때 우리는 순간적인 구원의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우리가 칭의의 은총을 받을 때 그시로부터 성화의 과정이 시작되는데, 나중에 어느 순간엔가 죽기 전에 완전성화를 체험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전체 구원의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성화인데, 웨슬리의 표현을 빌자면, 기독교를 집으로 가정할 때, 회개는 기독교의 현관이고 믿음은 문이고 성화는 기독교 그 자체이다. 그만큼 성화의 삶이 중요한 것이다.

웨슬리가 완전성화를 지상에서의 신앙의 목표로 제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에 의문을 표시했다. 육체의 제한성을 지닌 인간이 어떻게 이 땅에서 완전을 이룰 수 있단 말인가? 웨슬리가 의미했던 바는 무의식적인 실수를 비롯한 모든 육체의 연약성까지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절대적 완전”을 의미한 것이 아니라 (이런 완전은 천국에서 영화의 단계에 이를 때에야 가능한 것이다) 더 이상 우리가 의도적으로 죄를 짓지 않는 “상대적 완전”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웨슬리는 완전성화의 특징을 의도의 순수성 (100% 의도적으로 죄를 짓지 않는 상태) 그리고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온전한 사랑으로 설명했다.

 

3. 웨슬리 사중 신학방법론 (Wesleyan Quadrilateral)

감리교신학은 성서의 문자적 의미에 갇히지 않기 위해 교회전통과 개인경험과 보편 이성의 도움을 다각도로 이용하며 다양한 신앙의 전통을 존중하는 특징이 있다. 웨슬리는 일찍이 신앙에 관한 지침을 주는 권위(authority)로서 성서뿐만 아니라 전통과 경험과 이성의 도구를 사용했는데, 20세기 웨슬리 학자인 아우틀러(Albert C. Outler) 박사는 이것을 개념화하여 웨슬리 사중 신학방법론(Wesleyan Quadrilateral)이란 용어를 만들어내었다.

감리교인으로서 어떤 신앙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전통적으로 위의 네 가지 방법을 사용하게 되는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사항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이 사중 신학방법론을 따른다고 할 때 성서와 전통과 이성과 경험 이 네 가지를 동등한 권위를 지닌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선적인 권위는 언제나 성서에 있는 것이고, 성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부차적으로 전통과 이성과 경험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현 시대에도 세례를 베풀어야 할까? 우선 성경을 보면 예수님 자신이 세례를 받으셨고 또 제자들에게도 복음을 전하고 세례를 베풀라고 명령하셨다. 성경의 권위가 세례를 베풀라고 하였으니 당연히 우리도 세례를 베풀어야 한다. 그러면 유아세례도 역시 시행해야 할까? 먼저 성경을 보면 성경에는 아이에게 세례를 주었다는 명백한 구절이 없다. 그러면 유아세례를 시행하면 비성서적인 것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여기에 이성의 도움이 필요하다.

성경에 “온 가족”이 한꺼번에 세례를 받았다는 구절이 많이 나오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그 “온 가족”에 당연히 아이들도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교회 전통은 어떻게 증언하는가? 이단을 제외하고는 2000년 역사동안 교회에서 줄곧 유아세례를 베풀었다. 구약의 교회가 할례를 통해 아이를 구원 공동체에 가입시켰다면 신약의 교회는 세례를 통해 아이를 구원 공동체에 가입시킨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현재 경험은 어떻게 말하는가? 유아세례를 받게 하는 것이 받지 않게 하는 것보다 더 신앙의 유익이 있다. 유아세례를 통해 부모는 아이들을 신앙으로 양육할 것을 결단하는 것이고, 아이는 세례를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을 받아 믿음 가운데서 더 잘 자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중 방법론을 거치게 되면 유아세례를 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상 감리교 신학을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누군가 감리교 신학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간단히 세 가지를 설명하면 된다. 감리교는 칭의와 성화중 어느 것도 등한시하지 않고 둘다 동시에 강조하며, 선행은총으로부터 시작하여 완전성화에 이르는 구원의 과정을 가르치고, 성서와 전통과 이성과 경험을 통해 신앙의 문제를 결정하는 균형 잡힌 교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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