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1시 반쯤 경기도 고양시 원흥지구의 한 상가 2층에 있는 도담교회(오수진 목사)를 찾았다. 주일예배와 점심식사를 마친 성도들이 대여섯 명씩 모임을 갖고 있었다. 181㎡ 예배당의 앞뒤로 두 팀, 식당 겸 친교실에 세 팀이 빙 둘러 앉았다. 각자 성경과 큐티 책, 노트 등을 앞에 두고 이날 설교 본문인 마태복음 5장과 지난주 중 묵상했던 큐티 내용을 주제로 삶을 나눴다.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며 메모를 했다.
오수진(44) 목사는 “우리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며 “성도들이 자주 모여 성경을 묵상하고 삶을 나눈다”고 말했다. 성경 묵상은 짧은 기간에 교회가 성장한 비결 중 하나다. 도담교회는 2014년 3월 15명의 기도회로 시작해 그해 7월 창립예배를 드렸는데 오늘날 240여명이 출석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오 목사는 “성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성경 말씀에 대한 영적 목마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래서 성경을 제대로 읽고 묵상할 수 있도록 성경 강해에 집중해 왔다”고 말했다. “전도 교육 섬김 등 교회가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우리는 말씀을 선택한 거죠. 일단 3년간 말씀을 통해 교회의 틀을 세우기로 결정했어요.”
교회는 매주 수요일 오전과 오후로 나눠 두 차례 성서학당 ‘목마름’을 연다. 구약 창세기부터 차례대로 일주일에 1∼2장씩 강해한다. 현재 참석자는 오전 25명, 오후 25명 등 총 50여명이다. 1시간 반 동안 진행하는데 오 목사가 강해하고 질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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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예배 때도 강해 설교를 한다. 이때는 신약을 강해한다. 금요기도회 때는 시편을 한 장씩 읽고 묵상한다. 14일 기도회는 시편 107편 차례다.
이처럼 개척 초기부터 성경 강해에 집중했더니 성도들이 늘기 시작했다. 1년여만에 성도 수가 120여명이 넘어 2015년 7월 이곳으로 예배당을 옮겼다. 이후 성도수가 다시 두 배로 증가했다.
도담교회는 별도의 전도도 하지 않는다. “전도를 한다고는 하지만 복음이 아니라 교회를 알리는 것 같아 성도들에게 굳이 하지 말자고 했어요. 그냥 성경 강해로 승부를 걸겠다고 했어요.” 그런데도 예배에 참석했던 성도들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오 목사는 “강해 설교는 소재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 오히려 쉽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성경 자체에 대해 해박하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없는 게 강해 설교다. 그는 성경 다독과 신대원 시절의 귀납적 성경 연구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 신대원을 준비할 때 1년간 성경을 50독 했다. 하루에 12시간씩 성경에 매달렸다. 그에겐 아픈 경험이 있었다. 한 교회의 청소년 담당 전도사로 섬길 때 지도하던 청소년 2명이 익사하는 사고가 났다. 여기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후 할 수 있는 것은 성경을 읽는 것뿐이었다.
장신대 신대원에 입학해서는 귀납적 성경연구 모임인 ‘아나톨레’에 참여해 졸업할 때까지 성경 66권 중 20여권을 귀납적으로 분석했다. 졸업 후엔 에스라성경대학원에 진학해 첫해 1년간 합숙하며 매일 밤 12시까지 성경을 공부했다. 이를 토대로 고양 홍익교회(손철구 목사)에서 부목사로 7년간 사역할 때 매주 수요일 성경강해 수업을 했다. 그는 “성경 강해의 목적은 지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이 말씀을 스스로 해석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교회는 현재 성경 읽기 운동도 벌인다. ‘성경 100℃ 운동’이다. 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정한 분량의 성경을 읽고 묵상한 후 기도하자는 것이다. 성도 100명이 참여해 100독을 하는 게 목표다. 의미를 더하기 위해 성경 일독을 하면 그 사람의 이름으로 북한 주민에게 ‘조선어 성경’을 헌물하기로 했다.
도담교회는 개척한지 3년밖에 안됐지만 교회를 분립 개척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오 목사는 “이제는 교회가 교회를 개척하는 시대”라며 “교회 개척자금 1억원을 목표로 올해부터 적립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양=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