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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와 카리스마

카르마와 카리스마    By 이재훈목사(온누리교회, Mission life)

사람들은 원인과 결과가 동일하지 않을 때 힘들어한다. 그 배경에는 ‘카르마(Karma)’로 표현되는 생각의 상자가 있다. 불교에서는 ‘업보(業報)’라 부른다. 카르마는 세상의 모든 일이 원인과 결과가 있다고 여긴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며 미래의 원인이 된다. 모두 자신이 하기에 달렸다.

분명히 삶의 한 부분에서는 인과법칙이 작용한다. 성경에도 무엇을 심든지 그대로 거둘 것이라는 말씀이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자신이 뿌린 대로 거둘 것이란 생각은 옳지 않다. 인생에는 내가 뿌리지 않은 것도 거두고, 나에게 원인이 없는 일도 생긴다.

어부 베드로는 실망과 피곤 속에서 그물을 씻고 있었다. 카르마의 시각으로 보면 빈 그물은 베드로가 무엇인가 잘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고 하셨다. 예수님의 말씀은 상황에 맞지 않았다. 베드로는 거절했어야 했다. 그런데 “말씀대로 내려 보겠다” 했다. 예수님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믿어보자고 결정한 것이다. 결과는 그물이 찢어질 정도의 많은 고기였다. 베드로는 고기가 많이 잡힌 것에 놀라기보다는 예수라는 분에 대해 놀랐다. 그래서 자신을 ‘죄인’이라고 고백했다. 베드로의 생각 틀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인과관계를 뛰어넘는 인생이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인생은 카르마를 넘어 ‘카리스마(Charisma)’로 시작된다. 카리스마는 은혜로 주어진 선물이라는 뜻의 헬라어이다.

인생이란 자신이 뿌리지 않고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시작하는 선물이다. 부모님을 내가 선택하지 않았으며 언제 어느 곳에서 태어날지 결정하고 태어나지도 않는다. 인생 자체가 선물로 주어졌다. 내 잘못으로 인한 고통도 있지만 내 잘못이 아닌 고통도 많다. 삶을 선물로 보면 고통스러운 일도 선물이 된다. 진주는 조개가 모래알 같은 자극물로 상처를 받을 때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 반응하며 만들어진다. 조개의 상처가 진주의 아름다움을 낳는 것이다. 고통과 상처는 나쁜 업보 때문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만들어주는 선물이다.

죽음 역시 선물이다. 어떻게 죽음이 선물이 될 수 있는가. 성경에서 죽음은 죄에 따른 대가이지만, 하나님은 죽음을 선물로 바꾸셨다. 사람이 죽지 않으면 타락한 상태에서 죄 가운데 영원히 살 것이기 때문에 죽음으로 죄에서 온전히 벗어나 영원한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셨기 때문이다.

베드로는 예수님께 이렇게 질문했다. “예수님, 제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는데 제가 무엇을 얻을 수 있습니까” 인생을 예수님께 투자했는데 자신에게 무엇이 돌아오는가를 질문한 것이다. 그의 생각은 카르마에 갇힌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이다. 준 것이 있다면 받아야 한다. 받은 것이 있다면 주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믿는다. 인간관계와 삶을 모두 조건적으로 생각한다.

기브 앤 테이크와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은 은혜이다. 은혜란 ‘기브 앤 기브(give & give)’이다. 사람들은 하나님을 만날 때도 기브 앤 테이크로 만나려 한다. 보험처럼 많은 것을 드려야 하나님도 많은 것을 준다고 믿는다. 그런 신은 진정한 신이 아니다. 진정한 신은 우리와 그런 식으로 만나지 않는다. 하나님은 우리가 드리는 것과 상관없이 주시는 분이다. 주고 또 주신다.

성경은 카리스마 이야기이다. 하나님의 카리스마가 세상의 카르마 순환을 끊는 이야기이다. 값없이 주시는 카리스마가 조건적 카르마 법칙을 변화시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세상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들이 많다. 예수님은 죄인들과 교제하면서 그들을 변화시켰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배신한 제자들을 찾아가시고 더 큰 책임을 맡겼다. 주고 또 주시는 은혜를 베푸신 것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은 그분의 죄로 인한 카르마가 아니었다. 죽어서는 안 되는, 죽을 필요가 없는 분이 우리를 살리기 위해 죽은 카리스마였다. 우리 책임은 카르마에 사로잡힌 영혼을 카리스마로 구원하는 일이다. 모든 성도들이 카리스마의 세계관 속에 그 축복을 먼저 경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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