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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종교적 지형변화-미주 중앙일보

 

‘미국=기독교의 나라’ 공식이 깨지고 있다. 다수였던 기독교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반면 미국 내 종교는 이슬람, 힌두교 등 다원화 흐름을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무종교인이 늘고 있다. 그렇다고 영성 자체를 도외시하는 건 아니다. 종교사회학계에서는 지금을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spiritual but not religious) 현상’이라고 일컫는다. 이는 종교의 영향력이 약화될 뿐 인간 내면의 영적 욕구는 여전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12일 퓨리서치센터가 ‘미국의 종교적 지형 변화’ 결과를 발표했다. 2007년 조사 이후 7년 만이다. 이번 조사(2014년 6~9월)는 미국 내 3만5071명으로 대상으로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0.6%이다.

 

부정할 수 없는 기독교 감소세

미국인의 70.6%가 자신을 ‘기독교인(개신교.가톨릭 등)’이라고 답했다. 이는 2007년 조사(78.4%) 때와 비교하면 무려 7.8%가 감소했다. 반면 무신론자, 불가지론자를 포함해 본인을 ‘무종교인’이라고 답한 사람은 22.8%였다. 7년 전(16.1%)과 비교하면 6.7%가 증가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흐름이다.

퓨리서치센터는 갤럽, 제너럴소셜서베이, 전미종교조사, 워싱턴포스트, ABC뉴스 등 미국 유명 여론 조사 기관 5곳의 지난 40여 년 간(1972년~2014년)의 종교 추이를 동시에 분석했다.

무종교인 그룹의 그래프는 상향 곡선을 그렸다. 기관별로 약간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5개 기관 모두 1972년(평균 5%)에 비해 무종교인 그룹이 20% 이상(2014년)까지 상승했다.

반면 개신교 인구는 계속 하락세였다. 1972년 60%대였던 개신교 인구는 2014년 들어 평균 50% 미만까지 떨어졌다.

가톨릭도 마찬가지다. 1972년(평균 27%)~2014년(평균 23%)까지 가톨릭 인구 그래프는 아래쪽을 향했다. 퓨리서치센터는 “미국 내에서 히스패닉 인구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가톨릭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며 “동성결혼, 낙태 등에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와 가톨릭의 교세가 감소하는 것은 보수 진영의 공화당도 촉각을 곤두세울 만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개신교 처음으로 절반 아래

기독교만 따로 분석(2007년~2014년)해봤다. 개신교는 처음으로 미국 인구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개신교 인구는 현재 46.5%다. 2007년(51.3%)보다 무려 4.8%가 감소했다. 주요 개신교단도 지난 7년간 교세가 감소했다.

미국 최대 교단인 남침례교단은 5.3%(1.4% 감소)였다. 미국연합감리교단은 3.6%(1.5% 감소)로 나타났다.

최근 동성결혼을 허용해 논란이 됐던 미국장로교단(PCUSA)은 1% 미만(현재 0.9%)으로 내려갔다. 미미하지만 미국 내 종교가 다원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특이했다.

기독교를 제외한 타종교는 5.9%를 차지했다. 2007년(4.7%)보다 1.2%가 늘은 수치다. 그 중 무슬림의 약진이 눈에 띈다. 무슬림은 0.9%(0.5% 증가)로 7년간 꾸준히 늘어났다. 유대교 1.9%(0.2% 증가), 힌두교 0.7%(0.3% 증가) 등 타종교 인구도 모두 증가했다.

늙은 기독교, 젊은 무종교

기독교는 늙어가는데 타종교 및 무종교인은 젊어지고 있다.

우선 개신교인의 평균 나이는 50세였다. 2007년(47세)보다 평균 연령이 3세가 늘었다.

가톨릭 평균 연령은 49세(2007년.45세)다. 기독교는 늙어갔다.

무종교인 그룹의 평균 나이는 36세다. 2007년(38세)에 비해 젊어지고 있다.

미국내에서 가장 젊은 종교는 무슬림이다. 평균 연령이 33세다. 2007년(35세)보다 더 젊어졌다. 불교(39세)와 힌두교(33세)의 평균 연령도 30대였다. 이는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세태를 드러낸다. 다인종 사역을 하는 데이브 로 목사는 “젊은층 사이에서 요가와 명상 등이 유행하면서 힌두교와 불교에 관심을 갖는 젊은층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미국 최대 이슬람 단체인 무슬림퍼블릭어페어카운슬(MPAK) 해리스 타린 디렉터는 “현재 MPAK에는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공부한 젊은 무슬림 인재들이 종교, 사회, 경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각 정부 기관과 연계해 이슬람 관련 정책에 대한 정치적인 자문 활동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 교회 이탈 가속

젊은층의 종교 소속도 지난 7년간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퓨리서치센터는 밀레니얼세대(1981~1996년생)의 흐름을 따로 분석했다. 밀레니엄세대는 37%만이 개신교인이었다.

이는 2007년(42%)에 비해 5%가 감소했다. 가톨릭 밀레니얼세대 역시 16%(2007년.22%)로 줄어들었다.

반면 젊은 무종교인은 급격히 늘고 있다.

자신을 ‘무종교인’이라고 답한 밀레니얼세대는 35%(2007년 25%)로 크게 늘어났다. 이제는 개신교 밀레니얼세대(37%)와 거의 비슷해졌다.

오는 사람 적고, 떠나는 사람 많고…

종교별 유입도 차이가 컸다.

개신교는 지난 7년간 9.4%의 신도가 유입됐지만, 반면 13%의 교인이 개신교를 떠났다.

가톨릭의 경우 상황은 심각하다. 2%의 신자만 유입됐다. 반면 12.9%가 가톨릭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무종교인이 새롭게 종교를 가진 경우는 4.3%에 그쳤다. 오히려 무종교인이 된 사람은 18%나 증가했다.

개신교인과 가톨릭은 같은 종교끼리 결혼하는 비율이 각각 75%였다. 이는 힌두교인(91%), 모르몬(82%), 무슬림(79%)보다 낮았다.

전통적으로 개신교가 강세를 보인 미국 남부 바이블벨트도 기독교의 영향력이 조금씩 줄고 있다.

남부의 경우 개신교인은 59%로서 20007년(65%)보다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부 지역 무종교인은 19%(2007년ㆍ13%)로 늘었다. 가주 등 서부는 ‘무종교’라고 답한 비율(28%)이 타지역에 비해 비교적 높았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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