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의 전국적인 허용 여부를 판결하기 위해 열린 구두심의에서 관심은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에 집중되었다.
9명의 연방대법관 중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보수 성향의 4명의 대법관과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의 4명의 대법관 사이에서 케네디 대법관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은 이날 “이성 간 결합이라는 전통적인
결혼의 개념은 천년 이상 지속되어 왔다”며 “(그런 역사에 비춰볼 때) 연방대법원의 대법관이 이 문제를 더 잘안다고 말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라며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동성커플도 결혼에 대한 ‘숭고한 목적’을 지닐 수 있다면서 기본권 측면에서 동성결혼을 용인할 수 있다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케네디 대법관의 이 상반되는 태도에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은 그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날 심의에서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측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 보호 차원에서 동성커플도 결혼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반대하는 측은 법원이 동성결혼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민주적 절차를 위배하는 것이라며 문제를 삼았다.
이번 재판의 발단이 된 오하이오, 켄터키, 미시간 등 동성결혼을 금지하고 있는 4개주를 대표해 재판장에 선 존 버시 변호사는 “이번 재판은 결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대한 것이 아니다. 누가 그 질문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민주적 과정을 통해 주민들이 내리는 것이냐 아니면 연방 법원이냐? 결혼의 정의를 결정하는 것에 있어서 모든 개인들의 근본적 권리를 인정해주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현재 36개주와 워싱턴 DC에서 동성결혼은 합법화 되어 있다. 2004년 매사추세츠에서 동성결혼이 처음으로 합법화된 이후 10년만에 36개로 급속히 확장된 것이다. 이 가운데 11개주는 주의회나 주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지만 나머지는 연방법원의 판결로 되었다.
3-4개주를 관할하고 있는 연방 순회법원들이 잇따라 동성결혼을 금지한 주법을 위헌판결하자 그 연방법원에 속한 주들에서 동성결혼은 주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합법이 된 것이다.
이를 문제삼아 지난해 10월 5개주에서 연방 순회법원의 판결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것에 대해 연방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당시 연방대법원은 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리며 사실상 동성결혼을 인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미시간, 오하이오, 켄터키, 테네시 등 4개주를 관할하는 연방 제6 순회항소법원이 동성결혼을 금지한 이들 주법들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그동안 동성결혼을 금지한 주법들에 위헌판결을 내렸던 다른 연방항소법원들과 다른 판결을 내리자 연방대법원이 이번에 개입해 이날 심의를 가진 것이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심의에서 “이번 재판에서 동성결혼이 허용되는 것으로 판결이 나면 더 이상 이에 대한 논쟁은 없어진다. 논쟁이 없어지면 생각이 닫힌다. 이 새로운 제도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람들은 법원이 강제할 때와 이 문제를 두고 스스로 투표할 기회를 가질 때 이 문제에 대해 매우 다르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 허용여부를 각 주 재량으로 결정하도록 판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심의를 기초해 오는 6월말 판결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아메리칸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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