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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슬리의 은총관과 그 구원론적 의미(John Wesley’s theology)

웨슬리의 은총관과 그 구원론적 의미(조종남박사)

1. 구원론 중심의 신학

웨슬리 신학은 그 출발과 형성에서부터 특징을 지니고 있다. 웨슬리는 본인이 어떻게 하면 ‘진짜 그리스도인(altogether Christian)’이 되느냐 하는 심각한 실존적인 탐구에서 마침내 ‘가슴이 이상하게 뜨거워지는 신앙 체험’울 하고 확신과 열정을 가지고 선교를 하였다. 그의 신학은 그의 설교의 광장에서 형성된 것이다. 연구실에서 논리적인 개진을 통하여 형성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인간의 삶 속에서 말하는 산 신학(living theology)을 전개했다.

웨슬리가 그의 표준 설교집의 서문에서 설교를 통하여 ‘성서에서 발견한 구원의 도리’를 설명하려는 것이 그의 주요한 관심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웨슬리신학의 핵심은 바로 구원론에 있다. 그리고 그의 구원론의 전제는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은총, 그리스도의 대속’, 이었다. 하나님은 우리를 구원하시되, 우리를 의롭다고 하실 뿐 아니라 새롭게 변화시킨다고 강조하였다. 종교개혁자들이 의인(Justification)을 강조하였다면, 웨슬리는 성화(sanctification)를 더 강조하였다. 스케빙톤 우드의 지적처럼 “웨슬리의 설교에서 종교개혁자들이 내세웠던 ‘은총으로만(sola gratia)’과 ‘믿음으로만(sola fide)’의 표어가 메아리쳤다.” 웨슬리는 복음을 말함에 있어 먼저 우리 자신이 죄인으로서 자기 자신의 힘으로는 자기 구원을 위하여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무능력자라는 것을 전제하였다.

웨슬리가 인간의 죄를 심각히 인지한 점에서 그는 종교개혁자와 맥락을 같이한다. 웨슬리에 의하면 아담이 하나님께 불순종함으로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생명을 상실했고 영적인 생명의 관계도 상실했다. 따라서 인간의 이성과 의지와 자유의 기능은 부패되었으며, 하나님께 대한 인간의 사랑과 순종은 자기 사랑과 자기 의지로 대치되었다. 웨슬리는 인간의 죄를 강조하는 면에서 어느 학파 못지않게 강하다. 그는 말하기를, “이것이 이방 종교와 기독교를 구분하는 첫 근거”라고 했다. 그러기에 웨슬리는 ‘은총만이요’를 주장하는 정통신학자이다.

2. 선행하는 하나님의 은혜

그러면 웨슬리는 그 당시의 칼빈주의자들과 어떻게 다른가? 웨슬리는 그의 동역자들의 그와 같은 질문에 답하면서, 죄를 강조하는 면에서는 칼빈주의의 연장선상 끝에 이르렀다고 했다. 차이가 있다면, 하나님께서 은총을 어떻게 역사하시느냐에서 ‘머리칼 하나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여기에 웨슬리 은총관의 특징과 그 선교학적 공헌이 있다. 그러면 웨슬리는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를 어떻게 보았는가? ‘하나님의 온전한 가르침을 설교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인간의 책임과의 관련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이런 출발점에서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값없이 모든 사람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였다. 그리고 또한 듣는 자의 호응(회개와 믿음)을 호소하곤 하였다. 웨슬리의 인간론은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는 데 있어서 언급되어야 되는 실존적인 상황이었다. 웨슬리는 인간의 죄 문제를 구속론적 구조에서 보았다.

그러면서도 웨슬리는 인간은 이미 은혜의 상태, 즉 선행적 은혜 아래 있으며 타락한 인간은 이미 은혜의 계약(a covenant of grace) 아래 살고 있고 했다. 선행적 은혜란, 영어로 preventing grace이다. 인간이 요구하기 전에 앞서 행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뜻한다. 아담이 범죄함으로 타락했지만 하나님은 동시에 은혜를 베푸셨다.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창 2:17)고 말씀하셨는데도 아담을 즉각적으로 죽이지 아니하신 것은, 그 때 하나님께서 선행적으로 어느 정도의 은혜를 베푸심으로 인한 것이다 (창3:21 참조). 하나님은 공의의 하나님이시만 동시에 사랑의 하나님이시기에, 공의로 정죄하시지만 동시에 사랑의 손을 내미셨다.

성경에 ‘선행적 은혜’라는 용어가 문자적으로 나타나 있지는 않다. 허지만 문맥적 의미나 뜻은 하나님이 선행적 은혜로 역사하심을 충분이 드러내고 있다. 이는 성경에 삼위일체라는 문자적 표현이 없는데도 삼위일체의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선행적 은혜에 관한 성경적 근거가 여럿 있지만,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요일 4:19) ”는 말씀만으로도 넉넉하다.

웨슬리에 의하면 인간은 “선행적 은혜에 의해서 이미 원죄의 죄책이 제거되었다.” “그리스도의 의로 말미암아 원죄의 죄책은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제거되었으며, 모든 사람에게는 초자연적으로 약간의 자유의지가 회복된 것이다.” 예수님께서 어린이들을 영접하심에서 보듯이(막10:13-16), 영아들이 원죄의 죄책을 전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죄 아래 있지 않고 천국에 가는 것은 바로 이를 확증해 준다. 그리고 인간이 회개하고 복음에 호응하는 자유와 능력이 있는 것도 하나님의 선행적 은혜로 인함이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여러분, . . .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기의 구원을 이루어 나가십시오. 하나님은 여러분 안에서 활동하셔서, 여러분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릴 것을 염원하게 하시고 실천하게 하시는 분입니다.” (빌 2:12-13)

웨슬리에 의하면, 이 은혜는 선행적일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값없이 주시는 보편적 은혜이다. 그러므로 웨슬리의 은총관은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의 은총을 전하는 전도로 이어진다.

3.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한 대속

모든 사람을 위한 하나님의 사랑 곧 은혜는 그의 그리스도의 대속관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모든 은혜는 인류를 구원하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칼빈이 일반 은혜와 구원은혜를 구별하고 이 둘 사이를 단절하는 데 반하여, 웨슬리는 하나님의 은혜의 계속성을 주장한다. 웨슬리는 선행적 은혜가 구원은혜 (saving grace)의 시작이라고 본다. 그리하여 이 은혜는 회개하게 하는 은혜로 역사하며, 성도의 처지에 따라 하나님의 은혜는 거듭나게 하는 은혜, 성결케 하는 은혜로, 그리고 마침내 영화롭게 하는 은혜로 계속 역사하여 우리의 구원을 완성으로 이끄신다는 설명이다.

웨슬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그리스도의 대속과 연관시켜,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인류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죽으셨다’고 강조한다. 만인대속론이다. 그러나 이 때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 이것이 결코 만인구원론 곧 만인자동구원론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의 대속으로 말미암아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사 자기도 의로우시며’ 또한 ‘모든 믿는 자에게’ 의롭다 함을 얻게 하시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롬3:26). 그리스도의 대속에서 “아담으로 말미암아 잃어버린 모든 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하나님의 은혜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라” 고 웨슬리는 말한다.

이 점은 이중예정론에 근거하여 제한된 그리스도의 대속을 주장하는 칼빈주의를 비판한다. 웨슬리는 인간의 구원이 하나님의 은총으로만 가능하다고 강조하는 데는 칼빈과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러나 그 은혜의 작용과정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 칼빈주의는 그리스도의 대속은 오로지 구원으로 예정된 사람들을 위한 제한된 대속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칼빈주의는 전도와 선교를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웨슬리 신학은 전도와 선교 현장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점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웨슬리는 하나님의 은혜가 모든 인류를 위한 것이라고 거듭 거듭 강조한다. 이를 밝혀주는 성경말씀이 무척 많으나 요한복음 3장 16절 한 마디로도 충분하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요 3:16)

허지만 오해가 없도록 한 번 더 강조한다. 웨슬리의 이런 주장은 만인대속설이지 결코 만인자동구원설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죄인들의 죄악을 대속하기 위하여 죽으셨지만 구원받기 위하여서는 자신의 죄의 대속자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여기에서 믿음은 회개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가르침은 하나님의 은혜로 인하여 사람이 하나님께 응답할 책임이 있다는 주장과 함께 전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의 가슴의 뜨거운 영혼구원 열정은 바로 이런 신학에 뒷받침 되어 ‘세계는 나의 교구’라고 외치며 만민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는 전도로 옮겨졌다. 이 복음은 ‘믿는 자에게’ 구원의 능력이 됨으로 웨슬리의 전도는 회개와 믿음의 결단을 촉구하는 전도로 나타났다. 그래서 맺은 열매가 무엇인가. 웨슬리는 칼빈보다 100년 이후에 사역을 시작했지만 지금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웨슬리를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이 칼빈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보다 얼마나 많은지 통계가 증언해 주고 있다.

4. 신학방법의 역동성과 현대 선교

우리는 이미 웨슬리가 그 설교에서 하나님의 대속은총, 즉 인간을 향하신 하나님의 온전한 섭리를 선포하는 것이 그의 중요한 강조점이었음을 제시했다. 이런 점에서 웨슬리의 인간론은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는데 있어서 언급되어야 할 필연적 상황이다. 웨슬리의 타락한 인간에 대한 교리는 린드스트롬이 지적한대로 복음 곧 하나님께서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인한 복음의 본질적인 목적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웨슬리는 인간의 본성이 아담의 타락으로 인하여서 전적으로 부패되었고, 원죄의 죄책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점에서 웨슬리는 바울이나 어거스틴을 잇는다. 그러나 웨슬리의 이 같은 집단적 접근 방식은 사람이 선행적인 은총 아래 있기 때문에 또한 책임을 가져야 된다는 개인적인 접근 방식과 결합되어 있다. 웨슬리는 자신의 선행적 은총의 개념에 기초하여 인간의 죄에 대한 주장과 하나님의 은총의 역사 사이에 타협할 수 없는 긴장 가운데서 그의 신학 방법의 역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웨슬리는 이런 독특한 방법으로 ‘하나님 앞에 선 인간’을 이해하였다. 아담의 범죄 때문에 죄인으로 보며 동시에 그리스도 덕택에 은혜의 수혜자가 되었다. 그런 결과 현대선교신학과 관련하여 웨슬리 신학은 두 가지 공헌을 할 수 있고 또 하고 있다. 첫째, 웨슬리의 신학은 인간의 죄의 심각성과 보편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구원 받기 위하여서는 누구나 하나님의 은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웨슬리는 모든 사람이 구원 받을 수 있다는 소망을 강조하며 따라서 인간의 책임과 교회의 선교를 동시에 강조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웨슬리 신학은 루터 신학이나 바르트 신학이 가지는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전한 성서적인 기초를 제공해줄 수 있다.

둘째, 웨슬리의 입장은 접촉점(point of contact), 즉 선교에 있어서 하나님(복음)과 인간(문화) 사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문제에 놓여 있는 어려운 신학적 난관을 해결하는데 또 다른 건설적인 공헌을 할 수 있다. 그의 신학은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은총의 역사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선교의 근거를 발견할 수 있게 되어 선교에 있어서 희망, 용기, 동력을 제공한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긴장(불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웨슬리는 하나님께서 먼저 시작하시고 이미 타락한 사람 속에서도 역사하고 계시다는 은총의 관점에서 접촉점을 찾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웨슬리는 자연과 은총을 동일시해버리지 않으면서도 선교에 있어서의 접촉점을 제공한다. 웨슬리의 신학방법론이 가지고 있는 역동성이 잘 포착되어질 때 현대 선교신학과 선교전략에 바람직하고도 설득력 있는 지혜와 해결책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크리스천 위클리 (원고축약정리 책임: 이정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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