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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얼마나 믿을만한 책인가?

By 홍삼열(산타클라라 연합감리교회 목사)

구전전통의 정확성의 문제

기독교인이면 누구나 성경의 신적 권위를 인정한다. 성경은 몇몇 특별한 사람들이 상상력을 동원하여 쓴 책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령이 사람에게 감동을 주어 쓰게 한 책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성경의 원저자(原著者)는 하나님이지만 사람은 필자(筆者)가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각자 독특한 문체를 사용하는 여러 필자들이 성경을 기록하였지만 성경 전체의 내용에는 통일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본 이해를 가지고 진지하게 성경을 읽기 시작할 때 의문이 생긴다. 창세기에 보면 분명히 문자가 생겨나기 이전의 사건들이 많이 나오는데 (예를 들어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 노아의 홍수 이야기, 바벨탑 이야기 등등), 몇 천 년 혹은 최소한 몇 백 년 이후의 사람/사람들이 이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게 되는데 이것이 얼마나 정확한 내용일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사실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끼리도 남의 말을 전할 때 한 다리만 건너면 단어도 바뀌고 표현도 바뀌고 심지어는 내용도 바뀌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글로 기록된 것을 우리가 얼마나 신빙성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과연 고대인들의 구전전통을 정확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일까? 구전전통의 정확성을 믿어줄 만큼 당시 사람들의 암기 능력이 그렇게 탁월한가?

구전문화의 신뢰성에 대한 의심은 사실 글자문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가지는 편견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기록문명의 발달이 인간의 생각하고 암기하는 능력을 많이 퇴화시킨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문자와 파피루스의 발명은 사람들의 암기 능력을 많이 떨어뜨렸다. 또 근대 계산기의 등장은 사람의 계산능력을 저하시켰으며 스마트폰의 등장은 우리가 전화번호나 주소를 기억하는 능력을 많이 퇴화시켰다. 또한 현 시대에서도 종교경전을 대단히 귀중히 여기는 전통을 들여다보면 구전전승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브라만 교도들 중에는 예레미야의 일곱 배 분량이나 되는 “리그베다”를 완전히 암송하는 사람들이 상당수가 있고, 유대인들 중에도 구약의 두꺼운 책 한 두 권쯤은 틀리지 않고 외우는 학생들이 있다. 인간의 암기 능력과 구전전통의 정확성에 대한 의심은 현대인의 괜한 걱정인 것이다.

성경사본의 정확성의 문제

구전의 방법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신뢰할만한 전달체계라는 것을 인정한 후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성경책은 성경 저자가 처음 히브리어나 그리스어로 쓴 원본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에게 전해진 여러 필사본들을 종합하여 번역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필사본들이 과연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예를 들어 신명기나 마태복음 등의 성경책은 처음 기록될 당시의 문서의 형태로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 원본을 누군가가 손으로 정성을 다해 베꼈고 그렇게 완성된 필사본을 후대의 사람이 또 베꼈고 이 필사본을 다른 사람이 또 베끼고 해서 현재 우리 손으로 전해졌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여러 번 베껴 쓴 성경필사본이 정말 하나님이 주신 “원래”의 말씀이라고 믿어도 되는 것일까? 문서를 베끼다 보면 온갖 종류의 실수들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필사본이 역사에서 자취를 감춘 원본과 같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성경의 여러 복사본들 중에서 원문을 가리는 작업을 본문비평(textual criticism)이라고 하는데,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성경은 오랜 기간의 본문비평 작업을 거쳐서 완성된 결과이다. 여러 필사본들을 펼쳐 놓고 비교를 해보면 쉽게 원문을 찾아낼 수 있는 경우들이 있다. 가령 같은 줄을 반복해서 두 번 베꼈든지 아니면 한 줄을 통째로 빼먹고 베낀 경우에는 무엇이 원문인지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또 사본들을 탄소연대측정 방법을 통해 비교해보면 그 중 더 오래된 필사본이 나오는데 이것이 원문에 더 가깝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사본들간에 다른 단어/표현을 사용한 경우나 특정한 단어/표현이 첨가되었거나 삭제된 경우 어느 것이 원문인지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사용하는 기본 방법들이 있다. 쉬운 표현과 어려운 표현이 있으면 어려운 표현이 원문일 가능성이 높다. 또 짧은 표현과 긴 표현이 있으면 짧은 표현이 원문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짧은 표현을 풀어서 길게 설명하는 경향은 있어도 쉬운 표현을 일부러 짧고 어렵게 고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사해사본의 발견

성경의 정확성에 대한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947년 이스라엘 사해 근처의 동굴에서 발견된 사해사본(Dead Sea Scrolls)이다. 이 사본이 발견된 경위는 이렇다. 당시 그곳에서 양을 치던 베두힌이 있었는데 양을 치다가 한 마리를 잃어버렸다. 어디에 있을까 하고 찾던 중에 혹시 동굴에 들어간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그곳에 돌을 던졌는데 동물의 울음소리는 안 들리고 항아리 깨지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그래서 동굴 속에 무엇이 있는가 확인하기 위해 들어가보니 여러 항아리들이 보이고 그 중 한 항아리에 성경이 쓰인 양피지가 담겨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일명 쿰란사본으로 불리는 성경사본인데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은 이 동굴이 예수님 당시 사막에서 공동 금욕생활을 하던 쿰란공동체에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1947년에 이 동굴에서 성경사본이 처음 발견된 이후 사람들이 계속 사해근처의 다른 동굴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는데 1956년까지 총 11개의 동굴에서 대략 600부의 성경사본들이 발견되었고, 이렇게 여러 동굴들에서 발견된 사본들을 일괄적으로 가리켜 사해사본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 사본이 발견되었을 때 전세계의 성서학자들은 대단히 흥분하였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성서학자들이 구약성경을 위해 사용한 가장 오래된 사본이 10세기 경의 마소라 텍스트였는데, 이 사해사본은 대부분 예수님 이전에 기록된 사본으로서 이것의 발견으로 사본의 역사가 적어도 1000년을 거슬러 올라가게 된 것이다. 만일 당시 그들이 사용하고 있던 성경과 이렇게 1000전에 만들어진 필사본을 비교해 볼 때 그 동안 너무나 많이 변질이 되었다고 한다면 이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데 자세히 비교를 해보니 1000년이 지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계속 성경을 필사했지만 차이가 나는 것이 대단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만큼 성경 필사자들이 정확히 성경을 베껴 썼고, 설령 개중에 실수하는 예들이 나타나도 다른 사본들과 비교함으로써 다시 올바르게 교정된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이 된 것이다.

외경(外經, Apocrypha)과 위경(僞經, Pseudepigrapha)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성경 66권은 한꺼번에 그 형태로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성경작가들의 손을 통해서 완성된 것들이다. 이런 이유로 교회는 필연적으로 진짜 성경과 가짜 성경을 구별하는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개중에 정통 선지자나 사도의 이름을 사칭(詐稱)하는 누군가가 자기 맘대로 성경을 기록한 예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히브리어(구약) 성경을 타나크(TANAK)로 불렀다. 율법서(Torah)와 예언서(Nevi’im)와 성문서(Ketuvim)의 첫 글자를 연결시켜서 그렇게 이름 붙인 것이다. 타나크가 유대교 경전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 AD 90년 경의 얌니야 회의에서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미 예수님 당시의 유대인들은 히브리어 성서대신에 그리스어 번역본인 70인역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70인역에는 타나크에 들어있지 않은 부분, 즉 토빗, 유딧, 마카비서와 같은 외경(外經)이 포함되어 있었다. 중세의 가톨릭교회는 이 70인역의 전통을

따라서 공식 라틴어 성경에 외경을 포함시켰고, 개신교는 원래 히브리어 성서에 외경이 없다는 이유와 그곳에 연옥설이나 자살을 인정하는 등 개신교가 받아들일 수 없는 비성경적인 사상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개신교 성경에서 외경을 완전히 제외시켜버렸다. 그래서 현재 개신교가 사용하는 성경과 가톨릭교회가 사용하는 성경이 다른 것이다.

그런데 공식 성경도 아니고 외경도 아닌 정말 100% 가짜 성경들도 있었다. 이것을 위경(僞經)이라고 부르는데, 예를 들어 모세승천기, 마리아복음, 야고보계시록 같은 책들이다. 이런 책들은 저자가 신분을 숨기고 마치 구약의 선지자의 말을 자기가 직접 인용한 것처럼 주장하든지 아니면 사도가 이 성경을 쓴 것처럼 기록하지만, 이게 너무나 가짜인 것이 분명해서 유대교나 가톨릭이나 개신교나 할 것 없이 이런 것들을 성경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성경 66권은 개신교나 카톨릭이나 정교회나 할 것 없이 모두 정경(正經)으로 인정하는 정말 믿을 만한 성경이라고 보면 된다.

(* 크리스천 위클리 성서주일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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