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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절과 새로워지는 삶

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사역,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과 오심을 통해서 완성된 우리의 구원역사를 매해 재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교회력은 대림절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대림절은 한해의 교회력이 새롭게 시작되는 때이다. 대림절은 주후 4세기경에 초대교회에 지켜지기 시작하였는데, 성탄절 4주전부터 시작을 하며(올해는 11월 27일),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축하하고 감사하는 성탄절을 준비하기 위하여 시작되었다. 그런데 7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는 절기로서의 의미가 추가되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대림절은 단순히 성탄절을 준비하는 기간에서 더 나아가서 이 세상 끝 날에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기간으로 지키게 되었다.

대림절을 뜻하는 ‘애드벤트’(Advent)라는 말은 ‘오다’, ‘도착하다’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원래 이 말은 로마 제국에서 신적인 명예가 주어진 황제가 즉위한 후에 여러 도시들과 지역을 방문할 때, 황제의 방문을 ‘그분의 방문’(His Advent)이라고 한데서 유래한 것이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만이 진정한 우리의 주님이시오, 진정한 황제라고 생각한 초대교회 교인들은 이 말을 ‘구세주의 오심’(The Coming of Our Savior)이라는 의미로 바꾸어서 사용하였다. 그러므로 ‘애드벤트’(Advent)라는 말에 나타난 대림절의 의미는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 세상에 오심을 의미한다. 즉 대림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첫 번째 오심(성육신: Already/이미 오심)과 다시 오심(재림: Not Yet/아직 안 오심)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의 절기이다.

그러므로 대림절에는 두 가지의 중요한 신앙적인 의미가 있다. 첫째로, 대림절은 그리스도께서 과거에 우리에게 오신 은총을 감사하는 절기이다. 즉 대림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신을 입으시고 이 땅에 오심을 축하하고 감사하는 절기이다. 둘째로, 대림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것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소망의 절기이다. 즉 대림절은 모든 믿는 자들이 이제 마지막 때에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되는 영광의 날을 준비하는 절기이다. 그러므로 대림절은 소망의 계절이며, 이 기간 동안 우리는 다시 오셔서 온 우주 삼라만상에 대한 당신의 통치를 세우실 예수 그리스도를 기대하고 우리의 삶을 새롭게 준비하는 절기이다.

그래서 1세기 이래로 초대교회 성도들은 항상 ‘마라나타’(Maranatha)를 고백하여 왔는데, 이는 ‘주여, 오시옵소서’라는 신앙고백이다. 요한계시록 22장 20절에 나타난 이 고백은 초대교회 교인들의 신앙고백을 한 마디로 요약한 것인데, 여기서 우리는 대림절의 두 가지 중요한 신앙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마라나타’라고 하는 이 신앙고백은 두 가지로 번역할 수 있는데, 하나는 완료형으로 번역하는 것이다. 이 번역은 이미 이루어진 사건(Already)을 표현하는 것으로 “주님께서 이미 오셨다.”(Our Lord has come!)로 해석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명령형으로 번역하는 것으로, 이는 “주여, 오시옵소서”(Come! Our Lord)라는 뜻이다. 이 말을 이렇게 명령형으로 번역을 하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Not Yet)에 대한 소망이 그 속에 담겨지게 된다. 결국 이 두 가지의 해석은 대림절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주는데, 초대교회 교인들은 주님께서 역사 안에 이미 오셨다는 믿음과, 이제 그 주님께서 다시 오실 것을 믿는 소망 안에서 살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 믿음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대림절에 주님께서 이미 우리에게 오셨다는 믿음과, 이제 미래에 다시 오실 주님에 대한 소망사이에서 살게 된다.

그러므로 대림절 기간 동안 우리는 이미 오셨던 그 분을 소망 가운데서 기다린다. 반면에 우리는 정의와 공의로 이 세상을 통치하시기 위하여 한 ‘의로운 가지’(사 11:1)를 보내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에게 경배한다. 우리는 이 기간 동안 온갖 괴로움과 고통 그리고 슬픔의 회복을 소망하는 반면에, 이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 치유하심이 우리에게 임하였음을 기뻐하고 감사한다. 우리는 이 기간 동안 이 세상의 모든 검과 무기들을 부수어서 낫이 되기를 소망하고 갈망한다. 반면에 우리는 이 땅위에 평화의 왕께서 이미 오신 것을 기뻐하고 감사한다. 결국 우리는 이 대림절 기간 동안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미 오셔서 우리에게 주신 은총을 생각하며 감사하고 찬양하며, 그 분의 다시 오심을 기대하며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더 생각할 점이 있다. 앞에서 이미 대림절은 교회력의 시작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대림절은 이미 오신 주님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다시 오실 주님을 맞이하기 위하여 준비를 하는 계절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대림절로 시작되는 교회력은 시작하면서부터 마지막(종말)을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교회력이 종말을 반추(reflecting)하면서 시작한다는 것은 교회의 시간 개념이 철저하게 종말론적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성경에서 주님은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나중이라”(계 21:6), “시작과 끝이라”(계 22:13)고 말씀하신다. “주의 목전에는 천 년이 지나간 어제 같으며 밤의 한 경점 같다”(시 90:4). 또한 주께서는 하루가 천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 그러므로 언제 종말이 임할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나 종말의 가능성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러기에 주님의 첫 번째 오심(Already)과 두 번째 오심(Not Yet) 사이에 살고 있는 대림절에 우리는 더욱 종말사상을 피부로 느끼게 되며, 교회의 시간이 철저하게 종말론적임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종말론적인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특별히 대림절을 맞이하여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가? 당연히 우리는 이제 심판주로 다시 오실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대림절에 우리는 다시 오실 주님을 잊어버린 채 살아 온 우리의 흐트러진 신앙을 점검해야 한다. 즉 불현듯이 다시 오실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밝은 등불을 손에 들고 기쁨으로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준비는 믿음의 등불을 손에 들고 명상과 기도와 찬송만을 부르는 정적인 자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님을 맞이할 진정한 준비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마음과 행동을 갖추는 일도 포함한다. 즉 위로와 도움이 필요한 우리의 이웃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따뜻한 손길을 펴는 것도 이 대림절에 우리가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주님께서는 마지막 때에 오셔서 우리를 양과 염소로 나누실 때에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고 말씀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의 삶은 얼마나 종말적인가? 우리는 매순간 종말을 준비하며 살고 있는가?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 된 나라를 상속받으라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마 25:34-36)

“주인이 올 때에 그 종이 이렇게 하는 것을 보면 그 종이 복이 있으리로다.”(마 24:46)

마라나타!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계 22:20)

주승중|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예배와 설교학교수로 가르치다가 현재 주안장로교회를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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