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의 시(詩)-1943년 문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