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을 기다리는 4주간의 영적축제, 대림절
강대상에서 식탁 위로 확산되는 ‘기다림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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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한 달 남짓 앞둔 시점. 일찌감치 거리마다 화려한 트리가 세워지고 캐롤송이 울려 퍼지고 있다. 연인과 가족들을 위한 갖가지 이벤트도 다양하다. 상업주의에 물든 크리스마스는 돈 쓸 곳도, 놀 곳도 많다. 한 마디로, 깨어 있지 않으면 예수라는 주인공만 쏙 뺀, ‘앙꼬 없는 찐빵 잔치’에 현혹되기 쉽다. 자칫 복음의 의미를 잊기 쉬운 이때에 교회에서는 이 기간을 대림절(대강절)로 지키며 ‘이미 오신 아기 예수를 축하하고 다시 오실 주님을 예비하는 마음으로 보내자’는 의미로 네 개의 초를 밝히고 그 의미를 묵상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은 서양문화의 하나로 여겨지던 이 ‘기다림 초’를 국내 각 가정에 보급하는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다림의 절기
강림절, 대강절이라고도 불리는 교회의 대림절은 세상의 스피드한 문화와는 전혀 다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도달하고 더 많이 갖고 싶어 하는 욕망의 절기가 아니라 차분한 마음으로 한 주, 한 주 초를 밝히는 ‘기다림의 절기’다. 기다릴 대(待), 임할 임(臨)의 대림절은 라틴어로 번역하면 아드벤트(Advent).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곧 도착할 손님을 기다린다는 의미다. 예수님을 기다린다는 의미다.
이 절기는 서방교회에서 4세기부터 지켜왔다. 과거에는 부활제를 맞이하는 준비의 계절인 사순절을 본떠서 40일 전부터 시작하는 습관도 있었다고 한다. 오늘 날에는 성탄일 이전 네 번의 주일이 포함된 기간으로 해마다 11월 30일에 가장 가까운 주일부터 시작된다. 대개 11월 27일부터 12월 3일 사이에 어느 한 날인데 올해는 12월 1일 주일이 대림절 첫 째 주일이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일 년’을 뜻하는 교회력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중심으로 크게 대림절,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성령강림절 그리고 왕국절(창조절) 등 일곱 개 시간의 마디로 구성되는데 가장 먼저 시작하는 절기가 대림절이다.
대림 제 1주일은 오실 구세주를 깨어서 기다려야 하는 교회의 종말론적 자세를 강조하고, 제 2주일은 구세주의 오심에 대비하여 회개하도록 촉구한다. 제 3주일은 구세주께서 오실 날이 가까웠으니 기뻐하라고 권고하며, 제 4주일은 예수 탄생의 예고와 그분이 누구인지를 밝히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 기간에는 4개의 초를 준비해 첫째 주에는 보라색 초에 불을 켜고, 둘째 주에는 연보라색, 셋째 주에는 분홍색, 넷째 주에는 흰색 초로 불을 늘려 밝혀가며 예수그리스도가 가까이 왔음을 알린다. 초의 색깔이 차츰 밝은 색으로 바뀌는 것은 예수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에 대한 기쁨을 상징한다. 얼핏 경건하고 엄숙해 보이는 분위기의 이면을 살펴보면 영적으로는 한없이 기쁜 날인 것이다.
네 개의 초에 담긴 의미
이 대림절의 상징이 된 ‘네 개의 초’는 독일개신교 목사인 요한 힌리히 비헤른이 어린이 보호시설 ‘라우에 하우스’에서 첫 불을 밝혔다.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 되어 유럽에서는 하나의 문화적 행사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독일에 거주하는 한 학부형은 “요즘 독일 학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한창인데 그 중 ‘초 만들기’에 대한 과제가 단연 화제”라며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문화라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아이들 학교 과제를 준비하기 위해 근처 마켓에 가보니 초를 만들기 위한 재료가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양에서는 식탁에 놓거나 천장에 매달아 장식하는 등 크리스마스 데코용으로도 많이 쓰일 정도로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네 개의 초 중 첫 번째 초는 예언의 초(희망의 초), 두 번째는 베들레헴의 초(준비의 초), 세 번째는 목자들의 초(기쁨의 초), 네 번째는 천사들의 초(사랑의 초)를 뜻한다. 대림절 화환은 상록수를 이용하는데 상록수의 푸름은 변함없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화환의 동그란 모양은 끝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의미한다. 화환에 꽂는 4개의 초는 세상을 밝히시는 그리스도의 빛을 상징한다.
올해에는 12월 1일(주일)부터 12월 24일(월)까지가 초를 켜는 기간이다. 둘째 주일은 이전 초 하나와 새 초를 켜서 일주일 내내 두 개의 초를 밝히고 셋째 주일에는 이전 초 두 개와 새 초를, 넷째 주일에는 초 네 개를 모두 밝힌다.
매 주일 새 초를 켤 때 성경과 함께 아래의 글을 묵상하면 더욱 뜻 깊다.
∨ 첫째 주일(12월01일~12월07일): 이사야 60:2-3 “이 촛불을 희망의 상징으로 밝힙니다. 하나님께서 주신이 빛이 어둠 속에서 저희가 구원의 길을 보게 하옵소서. 곧 오소서 임마누엘!”
∨ 둘째 주일(12월08일~12월14일): 이사야 9:1-2 “이 촛불을 언약의 상징으로 밝힙니다. 하나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해 주신 이 말씀이 저희를 구원의 길로 인도하게 하옵소서. 곧 오소서 임마누엘!”
∨ 셋째 주일(12월15일~12월21일): 이사야 35:10 “이 촛불을 기쁨의 상징으로 밝힙니다. 주께서 임하신다는 기쁜 약속으로 구원의 소망 가운데서 기뻐하게 하옵소서. 곧 오소서 임마누엘!”
∨ 넷째 주일(12월22일~12월24일): 이사야 9:6-7 “이 촛불을 은총의 상징으로 밝힙니다.
평강의 왕으로 찾아오시는 우리 주님을 영혼의 등불을 켜고 깨끗한 마음으로 맞아들이게 하옵소서, 곧 오소서 임마누엘!”
촛불처럼 번지는 기다림 초 문화
‘기다림 초’ 문화가 각 가정에 자리 잡은 서양과 달리 국내에서는 절기가 되면 교회 예배당에 밝히는 정도다. 때문에 성도들은 이를 형식적으로 생각하고 가벼이 여기기 쉽다. 이에 감리회에서는 강대상 위의 초가 식탁 위에도 밝혀지길 바라며 ‘대림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뜻 깊은 성탄절을 보내자’는 취지로 지난 2년간 출판국 주최로 관련 강습회를 여는 등 보급에 힘써왔다.
이 초를 국내에 처음 보급한 송병구 목사(색동교회 담임)는 독일 유학 시절, 가정에서 불을 밝히는 대림절 초 문화를 접하며 큰 인상을 받고 4년 전부터 기다림 초 제작, 보급에 힘써왔다. “온 가족이 TV를 끄고 하루에 한 시간 씩 예수 탄생의 의미를 묵상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그는 “부활절에 앞서서 사순절이란 긴 시간은 부활의 기쁨을 예비하게 한다”며 “마찬가지로 성탄일보다 먼저 찾아온 대림절 덕분에 우리는 성탄을 설레임으로 기다릴 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해마다 초를 만들면서 “시장에 재료가 준비되기 전부터 기다림 초를 만들기 위해 분주했던 기억은 앞당겨 예수님 탄생을 기다리는 심정과 같았다”고 추억했다.
올해부터는 송 목사와 함께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이하 생활연대, 상임이사 김문공)가 대림절 초를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굿사이클코리아는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와 (주)SNA정보가 함께 연합하여 중증장애인의 직업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기업으로 현재 기다림 초 제작을 위해 지적장애인2명, 정신질환1명, 뇌병변 1명, 전두엽수술후유증 1명 등 다수의 중증 장애인들이 모여 제작하고 있다.
송 목사는 이번 사업을 동업(同業)이 아닌 동역(同役)이라 표현하며 “대림절은 예수 그리스도 탄생의 기쁨을 기다리는 절기로 겨울의 사순절로도 불리며 ‘나눔’의 의미가 강조되는 기간”이라며 “대림절에 예수 탄생의 기쁨을 나누거나 작은 선물을 나누는 일들이 많은데 이는 나눔을 통한 경건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며 “가족이나 친구들은 언제든지 선물을 줄 수 있는 만큼, 평소 돌아보지 못한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작은 선물을 통해 성탄의 기쁨을 나누는 일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에서 제작하는 촛불은 하루 1시간 정도 밝히는 것이 적당하며 하루 1시간 씩 정기적으로 불을 키면 네 개의 초가 마치 계단처럼 차례로 낮아지면서 기다림의 시각적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매일 촛불을 켤 때 가정의 전등을 끄고 텔레비전 등 모든 소음을 제거한 뒤 말씀을 읽거나 기도하는 경건시간을 가지면 좋다. 은은한 촛불을 배경으로 아이들과 하루 일과를 나누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며 화목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뜻 깊다. 빛을 바라보며 침묵하거나 생각을 정리하고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휴식의 시간을 가져도 좋다.
세상문화에 휩쓸리기 쉬운 시끌벅적한 크리스마스 시즌, 가정에 촛불을 밝히고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며 하나님께 더 나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화려한 네온사인 밑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축복을 누리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조진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