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연 중인 몰트만 박사 “예수께서 십자가상에서 개인적으로 맞은 종말은 그의 부활을 통해 우리를 위한 참된 시작이 되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는 영생의 시작이요, 하나님나라의 시작이며, 새 창조의 시작입니다.”
기독교의 종말은 ‘끝’보다 오히려 ‘시작’과 관계있다
‘신학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희망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독일 튀빙겐대 석좌교수) 박사가 “어떠한 경우에도 희망은 유효하다”며 자신의 삶과 신학의 정수를 한국교회에 전했다. 1일 서울 서초교회(김석년 목사)에서 열린 국민일보 창간 25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다.
‘희망의 하나님과 우리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강연에 나선 몰트만 박사는 “종교적 세계 어디에도 신이 세계의 미래에 대한 인간의 희망과 연계되어 있는 곳은 없다”며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희망의 하나님’”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하늘에 있는 신, 영원부터 영원까지 동일한 존재, 절대적이며 시간을 초월하는 존재로서의 신은 많은 종교들에서 이미 알려져 있는 바이지만, 우리 앞서 계시고 우리 앞서 가시는 ‘희망의 하나님’은 예언자들과 사도들이 전해준 성경 안에서만 발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의 미래’와 관련해서 그는 “우리들 희망의 이유는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공상이나 탐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여기에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데에 있다”며 ‘종말에 시작’이라는 새로운 희망 메시지를 청중들에게 전했다.
그는 “원초적이고 정통성 있는 기독교인의 미래 기대는 생명의 끝, 역사의 종말, 세계의 종말과 상관없고, 기독교의 종말은 오히려 참 생명의 시작, 하나님의 나라의 시작, 모든 피조물이 그 영원한 모습으로서 새롭게 창조되는 시작과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디트리히 본회퍼가 1945년 4월 9일 처형될 때 그는 동료죄수들과 이별하면서 “이것은 끝이지만 내게는 영생의 시작”이라는 말을 남긴 것처럼 우리도 마지막에, 그것이 어떤 모양이라 할지라도 그 새 시작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종말에 시작’이다.
기독교인들이 이렇게 ‘종말에 시작’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그는 “기독교적 희망의 원천이자 힘이 십자가에 달리시고 죽으신 예수님의 부활 안에 있고, 우리는 그분과 함께 죽음으로 이끌리는 삶으로부터 나와서 죽음을 이긴 새로운 생명으로 불림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의에 저항하고, 좋은 것 선취하는 삶 살아야
특히 “‘희망의 신학’을 말하기 시작한 1954년 이래로, 우리는 멀리 있는 ‘그리스도의 재림’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그리스도의 미래’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고 밝힌 몰트만 박사는 ‘현존하는 그리스도의 미래’를 강조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해서만 기대한다면 교회는 문을 닫고, 문에다가 ‘주인 부재중 그러나 곧 돌아옴’이라고 적어놓아야 할 것”이라면서 “그리스도의 미래에 대해서 말한다면, 그것은 이미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오시는 중이고, 우리의 모든 현존이 그의 가까우심에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몰트만은, ‘현존하는 그리스도의 미래’를 사는 기독교인들에게 현실의 불의와 폭력 앞에서 항복하지 않고 저항할 것과 사회적ㆍ정치적 생활을 통해 무언가 좋은 것을 선취(先取)할 것을 요청했다.
기독교적 희망은 저항하게 하는 힘을 보여줄 뿐 아니라 고통과 걱정 속에서도 위로가 되며 변할 수 없는 것 앞에서도 항복하지 않고 저항을 계속할 수 있는 용기를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몰트만은 저항하며 선취하는 과정에서 생기게 되는 ‘회의’와 관련, 그 해법을 2차 대전 전후 포로수용소에서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구체적으로 설명해 큰 호응을 받았다.
그는 “예수님께서 ‘나의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며 십자가상에서 탄식할 정도로 깊은 회의에 빠졌으나, 하나님께서는 회의에서부터 영원한 생명에로 소생시켜 주셨다”면서 “회의가 들 때에는 예수님을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전쟁포로수용소에서 비참하게 희망을 상실했을 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희망을 모두 경험했다는 것을 믿는다”고 고백한 그는 “저의 개인적인 고백은 ‘숨쉬는 한 희망한다’입니다”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숨쉬는 한 희망한다)